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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성장소설로서의 『 각성 』
The Awakening as Female Bildungsroman
이경란(Kyung Ran Lee)
UCI I410-ECN-0102-2009-840-006447543

성장 소설은 전통적으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미성숙에서 어른으로서의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흔히 사회적인 통합과 개인적인 자아의 완성을 동시에 이루어 낸 상태가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됨의 척도가 된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기 이전에 우선적으로 `여성`으로서 성장하도록 요구되는 여성의 경우 사회적인 역할의 수행과 개인적인 자아의 완성은 흔히 배타적이다. 그러므로 성장소설을 여성의 경험까지도 포함하도록 확대하고 재정의 하기 위해서는 허구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성장과 성숙의 패턴을 우선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9세기 말 미국 소설가 케이트 쇼팽(Kate Chopin)은 『각성』(The Awakening)을 통해 여성 성장과 성숙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보여준다. 여주인공 에드나(Edna)를 통해 쇼팽은 아내와 어머니라는 사회에서 처방한 성스러운 소명의 수행이 더 이상 여성의 정체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 여성의 사회적 자아는 흔히 자기 자신의 자아의 표현이나 완성이라기보다는 외적으로 강요된 허구적인 옷과 같은 것이기 쉽기 때문이다. 쇼팽이 19세기 작가임에도 현대의 여성 비평에서 두드러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 사이의 어긋남을 인식하는 준거 틀을 자연으로서의 여성의 몸의 실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여주인공 에드나는 그녀의 사회 안에서 금기되고 있는 여성의 몸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키면서 그녀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루어 낸다. 수영이나 거리 산책 등 자유로운 몸의 활동이 주는 확장감과 독립성, 파도와 바람 햇빛 등 자연적인 요소들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인 자유로움, 그러한 자연의 일부로서의 여성의 몸이 가지고 있는 관능성과 그 관능성의 결과로서의 출산의 고통 등을 온전히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것으로 경험하면서 에드나는 사회의 고정된 질서와 문화적 체계가 수용하지 못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의 실재를 확인한다. 동시에 가부장적인 사회 안에서의 여성으로서 사회화되기 이전의 아주 어린 소녀로서 자기 모습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독특하게 여성적인 경험이 흔히 남성 주인공의 성장 소설이 보여주는 연속적인 성장 패턴 안에 담겨지지 못하며, 자아 발견의 장이 사회적 영역보다는 오히려 내면적인 영역으로 옮겨감을 보여 줌으로서 `성장 소설`을 보다 확대된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자 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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