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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익스피어의 『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에 나타난 남성영웅주의와 요부의 웃음 "
The " Naked " Antifeminist Text and Male Heroism : Cressida's Laugh in Shakespeare's Troilus and Cressida
박윤희(Yoon Hee Park)
영미문학페미니즘 2권 95-116(22pages)
UCI I410-ECN-0102-2009-840-006447538

12세기 중엽부터 수 백년 지속되었던 크리세이다 이야기의 전통에서 볼 때, 세익스피어의 크레시다는 아마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던 "요부"의 전형이었을 것이다.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가 보여주는 이 전통적인 "요부"의 모습은 초서의 크리세이드를 보호해 주는 "모호함"과 "은밀함"도 또는 핸리슨의 크레세이드에서 보여지는 최후의 자기 성찰을 통한 비극적 연민도 거부당한 채, 오로지 자신의 "벌거벗은 몸"으로 조화로운 남성 세계를 뒤흔드는 "제 2의 이브"로서 반여성주의 독자들의 조롱과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크레시다 다시 쓰기는 유럽 대륙의 크리세이다 이야기, 즉 버느와, 기도, 복카치오 등의 여성혐오적인 작품들과 그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써 일견 하나의 반여성주의 문학 행위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이 전통적인 요부를 가부장 사회가 요구했을 정숙한 여인상과는 가장 거리가 먼, 즉 가장 "당돌"하고 위선적이며 외설적인 인물로 그림으로써, 특히, 이 "요부"가 디오메데스와 벌이는 "사랑의 배신행위"를 직접 독자나 관중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크리세이다 이야기의 전통에서 볼 때 가장 신랄한 여성혐오적인 작품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작중의 다른 인물들 특히 호머이래 위대한 영웅들이라 칭송 받고있던 뭇 남성들과 비교하여 볼 때, 우리는 크레시다의 "벌거벗은" 모습이 과거의 여성혐오적 담론에 나타나는 여인상의 악화된 형태라고 단순히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사여구로 화려하게 치장된 남성적 담론으로 가득 찬 "추악"하고 "무의미"한 전쟁에서 헛된 명예만을 좇는 위선과 가식으로 포장된 뭇 남성 영웅들의 모습은 수세기 동안 여성 변절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한 "요부"의 당당하고 솔직한 자기표현과는 큰 대조가 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크레시다는 자신의 "벌거벗은 몸"으로, 즉, "벌거벗은 반여성주의 텍스트"로서, 오랫동안 이상향의 세계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각인 되었던 고대 남성 중심 사회의 실질적인 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겠다. 구천 세계로 승천하는 초서의 트로일러스가 자신이 몸담고 고통스럽게 살아왔던 그 인간사회의 덧없음과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세익스피어의 크레시다는 자신을 "요부"의 길로 내몰고 또한 자신의 생존 모색을 위한 솔직한 행동을 조롱하고 비난했던 그 가부장 사회를 자신의 "벌거벗은" 온몸으로 비웃고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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