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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풍을 넘어 포옹하는 격이었지요 " - 『 겨울이야기 』에 나타난 남녀의 분열과 화해
Embraced , As It Were From the Ends of Opposed Winds " : The Male / Female Dichotonry and Mutual Accommodation in The Winter's Tale 1)
이희원(Hee Won Lee)
UCI I410-ECN-0102-2009-840-006447356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역할을 사적인 영역으로 제한하고 절대 권력을 남편들과 아버지들에게만 양도하는 가부장제 사회였다는 가설하에, 이 연구는 셰익스피어가 『겨울이야기』에서 어떻게 이 가설을 한편으로는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수정을 가하고 있는지를 살펴 본다. 셰익스피어는 남성의 정치적 지배와 여성의 개인적 경험이라는 가부장적 이분법을 일면 극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영역을 남성의 영역보다 열등한 위치에 자리매기는 당시의 지배적 가설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상부상조의 관계에 처한 이 극의 여성들과 남성들은 사회가 자신들에게 할당한 권력과 의무를 묵묵히 수용하지만, 서로 매우 동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 논문은 이 극에 나타난 남성들과 여성들 간의 다양한 충돌 양상은 물론 이들 상호 간의 의존과 영향, 타협, 변화 등의 복잡한 관계망을 면밀히 검토한다. 이 극의 남성들은 정치적 지배자로서 강권을 휘두르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위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편 여성들은 언제나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즉 딸이나 부인, 혹은 과부로서만 존재하며, 정치 영역에서 교환의 대상이나 왕권 세습의 수단으로 머물러 있지만, 남성의 심적 부담을 덜어 주는 현명한 동료로서 혹은 병에 걸린 국가나 그 지도자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구원의 딸로서 남성을 정신적으로 지배한다. 즉 이 극의 여성들은 남성적 가치에 저항하는 도전적 무사라기 보다는 남성의 정신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치유자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성의 정신적 인도를 받고 있다손 치더라도 리온테스와 폴리씨네스는 결코 왕권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권한을 잃지 않는다. 전반부의 정치적 장면들에서 여성들이 겪는 좌절은 후반부 심리적인 장면들에서 남성들이 경험하는 낭패감으로 대치되며, 사회적 국면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남성들의 정치적 권력은 삶을 활기있고 따뜻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내적인 힘과 균형을 이룬다. 이 극은 『헛소동』과 『오델로』의 주요한 테마이기도 한 "비방당한 부인과 참회하는 남편" 이라는 흔한 주제를 극화한다. 그러나 비방당한 여성의 희극적 회복으로 끝나는 전자와 비방당한 부인의 비극적 희생을 극화한 후자와 달리, 이 극은 비극과 희극을 혼합한 로망스 장르 속에서 희생과 회복 양자를 절묘하게 융화시키며, 이로써 남성과 여성의 권력을 평행선상에 동등하게 위치시킨다. 남녀의 단절과 여성적 영역과 가부장적 통제 사이의 복합적인 상호 공모 관계를 동시에 탐구하는 이 연구는, 남성의 공권이나 여성의 정신적 영역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으면서 양자 사이의 관계를 균형있게 극화하는 셰익스피어를 드러낸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작품에 내재한 로망스 장르 특유의 비극적 파국과 희극적 조화의 혼재가 이러한 남녀 상호 간의 힘의 균형을 도왔다고 주장한 면에서, 이 연구는 또한 단순한 주제 연구에서 벗어나 장르와 주재의 다각적인 연결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점은 이 작품의 남녀가 평형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당시의 지배적 사회 질서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데에 있다. 실례로, 압도적인 폴리나도 남성들의 사회에 위협을 가하기는 하지만, 결코 가부장제의 근본골격에 도전장을 던지지 않으며, 예언이나 마술, 혹은 살인들과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 행위도 보여 주지 않는다. 또한 리온테스같은 독재자도 최소한 국가의 최고 지휘자로서의 명목상의 힘은 유지하며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위험을 갖춘 왕으로 실세를 회복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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