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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Bellow and Feminist Criticism
(Youn Sook Na)
UCI I410-ECN-0102-2009-840-006446657

솔 벨로우가 미국 소설 계에서 주요 작가중의 하나임은 주지의 사실로 인정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소위 주요 작가를 결정하는 틀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쿠퍼, 멜빌, 포크너, 헤밍웨이, 벨로우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을 분석해 보면, 얼마나 그들이 남성주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자아탐구 및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마땅한 길을 끈질기게 파헤치는 남성 주인공들과는 달리, 여성 인물들은 한결같이 주변의 남성들을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반으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자아발견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남성들이 정치,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자아추구를 시도하는 반면에, 여성들은 항상 뒷전으로 물러나 있거나 그저 "좋은 남자"를 찾는데 연연하고 있다. 그러므로, 소설을 읽는 여성 독자들이 남성 주인공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더 나아가서 불안전하고 비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여성 인물들을 통해 독서의 기쁨을 누리거나 교훈을 얻기란 더욱 어렵다고 보겠다. 솔 벨로우 소설의 여러 제목이 시사하듯, 그는 거의 매번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 주인공들은 여성을 몹시 필요로 하면서도, 두려워하거나 차별하는 자기 모순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소외된 현대 문명 속에서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휴머니스트로 알려져 있는 벨로우가 여성 및,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중산계급,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음은 애석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미국 문학사 속에서 베로우는 가부장적인 가치체계를 인정 내지 옹호하는 여타 남성 소설가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루었을 뿐이라는 벨로우의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문학이 기존의 구습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데에 머문다면, 독자들은 과연 소설 속에 깊이 내재해 있는 정치, 사회적인 편견을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반기를 든 일군의 페미니스트 비평가들은 남성작가들의 작품을 해체분석하여,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정치, 사회적인 모순들을 드러내려 한다. 기존의 모순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현실개혁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까지도 벨로우 비평가들은 남성 주인공 위주의 비평을 하거나, 드물게나마 여성 인물들의 비평을 할 때에는 기존의 가부장적인 시각에서 왜곡된 비평을 일삼곤 했다. 그 후, 소수의 비평가들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벨로우의 소설을 과감히 비평하기도 하였으나, 공히 모두 여성 캐릭터들을 동일한 하나의 그룹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서로 인종이 다를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계급에 속한 이 여성들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띠게 된다. 남성 및 백인 우월주의적인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이 여성들은 자연히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자아상을 갖게 되는데, 치명적이게도 벨로우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좀 더 공평하고 확대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벨로우의 소설을 분석해 보는 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소수 인종 및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모든 편견을 극복하는데 일조를 하리라 믿는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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