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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글쓰기 치료법 - 『 빌렛 』 에 나타난 성적 표현
The Writing Cure : Sexual Textuality in Villette
박형지(Hyung Ji Park)
UCI I410-ECN-0102-2009-840-006446642

샬롯 브론테의 마지막 소설 『빌렛』의 주인공 루시 스노우는 주인공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다. 루시는 재산도 없고 미인도 아니어서 빅토리아시대의 영국에서는 결혼할 가망이 없는 "짝 없는 여자"(odd woman)이다. 그녀는 소설의 시작에서는 친척들에 얹혀 사는 고아이고, 소설이 진행되면서 학교교사가 되지만, 루시는 사회적으로 내세울만한 지위와 신분을 갖고 있지 않다. 루시는 장래성이 없기 때문에 친구가 없고, 청중이 없기 때문에 말이 없고, 표현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성적으로나 지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루시는 매우 말이 없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만 할뿐, 대화나 행동에 거의 끼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루시는 이 소설의 일인칭 화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침묵은 이 소설에서 또다른 효과를 낳는다. 우리는 독자로서 일인칭 화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를 때도 있고, 사건의 전개를 모를 수도 있다. 그러면 루시의 침묵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녀의 화자로서의 위치는 무엇일까? 나는 이 논문에서 『빌렛』을 "히스테리컬 내러티브"로 보려고 한다. 즉 나는 루시 스노우를 19세기 여성 "히스테리"로 보고 『빌렛』의 담화 자체가 루시의 "글쓰기 치료법"이라고 논의 한다. 19세기 영국에서 남여의 사회적 역할을 구별하는 "분리된 영역"의 이데올로기는 그 시대 여성들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제한하였고, 여성들의 욕구와 야심의 성취를 어렵게 하였다. 산업혁명에 뒤따른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중상층 여성들로 하여금 일할 필요를 없게 만들었고, 오히려 쉬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강제된 쉼"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강제된 쉼과 지적인 굶주림으로 고통 당하던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인 독일인 버싸 패펜하임(Bertha Pappenheim)은 "안나오"(Anna O.)라는 가명으로, 프로이드와 함께 정신분석학을 세운 조셉 브로여(Josef Breuer)를 환자로서 찾아가서, 그와 함께 개발한 "말하기 치료법"이 정신분석학의 기반이 되었다. 특히, "말하기 치료법은" 사회적 규범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히스테리아"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되었다. 『빌렛』을 쓸 당시 30대의 미혼이었던 브론테는 루시 스노우를 사회적 불명확성과 지적 출구의 부재 때문에 정신병에 가깝게 된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루시는 사회적 연줄이 없는 사람에서 점차로 정감적 관계와 직업적 정체성을 갖게되고, 소설 끝에 가서는 독립적인 학교교사로서 생활하게 된다. 이 논문에서 나는 루시의 감정적 폭발들을 설명하기 위해 "말하기 치료법"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를 이용하였고, 그 정신분석학적 개념을 변용 하여 "글쓰기 치료법"을 제시한다. 지적인 여성의 글쓰기 과정이 "히스테리아"와 사회적 부적응을 치료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을 선택하는 『제인 에어』의 주인공과는 달리, 『빌렛』의 주인공은 독립성과 미혼을 선택하면서, "빌렛"을 작성하는 "글쓰기 치료법"에 몰두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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