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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속적인 단식 ' :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에 나타난 체념의 미학
' Perpetual Fast ' : An Esthetics of Renunciation in Christina Rossetti's Poems
계원봉(Won Bong Keh)
영미문학페미니즘 5권 109-124(16pages)
UCI I410-ECN-0102-2009-840-006446571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들은, 특히 「도깨비 시장」("Goblin Market")은 빅토리안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의 억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그녀의 작품을 비여성주의적이라고 규정지음은 빅토리안조 여성 시인으로서 그녀가 겪은 내면적 갈등을 간과하는 것이 된다. 그녀의 시들을 관통하는 `체념`(renunciation)의 주제를 여성의 성적 억압이 아닌 다른 여성주의적 측면에 집중하여 분석하면, 그녀가 19세기 영국 여성으로서 처한 시대적 상황이 그녀의 문학적 창조 과정에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전통적 여성 묘사에서 과연 여성주의적 요소를 찾을 수 있는 지, 또한 그러한 페미니스트적 연구가 그녀와 당대 여성 이데올로기와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어떠한 기여를 하며, 그녀의 시세계 이해에 궁극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냐이다. 「도깨비 시장」에서 성은 이 시의 핵심이 아니고 단지 로제티가 현실과 환상과 대치를 표현함에 있어 환상적 꿈의 은유로서만 사용되고 있다. 도깨비들의 향연은 나중에 쓰디쓴 고통의 장으로 변하므로 본질적으로 기만적인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쓴잔을 자기 희생적으로 마시는 행위는 결국 정신적 향연으로 이끌어 진다. 「도깨비 시장」을 로제티의 다른 시들과 비교하면, 그녀의 `체념`의 미학은 꿈의 허무함 또는 환상의 비현실성에 대한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한 방편이란 것을 알게된다. 「그들은 보다 나은 나라를 갈망한다」("They Desire a Better Country")라는 시에서 화자가 향연에 참가하여 자신의 `영속적인 단식`(perpetual fast)을 중단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로제티는 세속적 행복을 약속해주는 환상을 거부함으로써 체념적인 인생 철학을 선택했다. 로제티의 시에 나타난 `체념`의 주제는 마치 여성들에게 속세를 포기하여 삶의 현실 문제들로부터 초월할 것을 권유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여성의 독립적인 삶과 관련이 된다. 영국국교의 수녀 생활은 당대의 중산층 여성에게 물질적인 결혼 시장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고교회 교인(High Anglican)으로서 고교회파 운동에 열렬히 지지를 보냈던 로제티는 이 고교회가 가정에만 국한되어 있는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고교회파 운동이 여성에게 부여한 자율적 삶의 가능성에 이끌렸던 그녀의 시에 나타난 `체념`의 미학은, 수동적인 전통적 여성상을 제시하기보다는, 남성이 지배하는 세속적 사회에 던져진 한 여성 시인의 독립적 여성 자아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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