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산업화과정에서 환경변화에 상응한 제도와 정책이 쉽게 변화하지 않는 현상을 역사적 제도주의 접근법에서는 `경로의존`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제도의 경로의존 개념은 최근 정부의 개혁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거나 경제적 위기가 파생하게 된 제도적 요인을 고찰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해준다. 1997년에 발생한 한국 경제위기는 발전국가시기의 금융제도가 경제자유화시기에도 여전히 발전국가 시기의 금융제도적 성격이 유지되는 경로의존에서 기인한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금융제도의 경로의존은 발전국가 시기에 형성된 금융제도가 정부와 은행 및 기업의 행위를 제약함으로써 환경이 변화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제도를 유지하게 한 이해관계를 발생하였다. 즉 발전국가 시기의 금융제도는 정부의 지급 보증과 선별적 신용할당, 주거래은행을 통한 여신관리제도라는 자원배분 메카니즘에 의해 국가가 은행을 매개로 기업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전면적 자유화가 실시된 시기에도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게 위해 정부는 금융의 시장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은행을 통제하려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기업과 은행도 정부의 지급보증하에 차입위주의 규모의 경제전략이 자유화 시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어서 기존의 금융제도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IMF 경제위기는 대내적 요인만을 고려할 때, 자본 자유화로 인해 대외 단기자본이 기업과 은행의 전략적 행위에 의해서 대거 유입되었지만, 정부의 지급보증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시장에 개입하지 못한 정부의 한계와 이로 인한 국제적 신용이 하락하면서 발생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