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각 시대를 통해 하나의 문화사적인 위업으로 자리잡아온 동안 `우리 모두는 햄릿`이라고 주인공의 고뇌를 삶의 보편적인 고뇌로 동일시하였다. 그러나 만일 『햄릿』을 그 시대가 만들어 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소산물로 본다면 한편에서 침묵하고 있는 여주인공들 역시 그 시대의 자취이며, 흔적이 아니겠는가? 본고는 그와 같은 의문을 화두로 삼고 거투르드와 오필리아, 두 여주인공을 살펴보았다. 우선 『햄릿』이라는 극 세계는 두 남자들에 의해 공고해진 정치 세계이다. 그러나 기실 그 정치 세계란 전 왕을 살해하고 조카의 왕위를 가로챈 클로디우스가 전 왕의 왕비와 결혼하였기에 합법화된 것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햄릿』 세계는 바로 남성의 정치 세계에 얽어져 있는 여성의 `성`(sexuality)이 문화의 `지속`, `강화`, `재생산`이라는 구도에서 한편으로 왜곡된 채, 유전되어 온 현장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오필리아가 서 있는 자리 역시 클로디우스, 레아티즈, 햄릿, 그리고 폴로니우스에 의해 억압되고 감금된 변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들 여인들이 남성 이데올로기에 의해 박제된 체, 그 존재의 부재만을 침묵으로 가리키고 있는가? 우리가 그들의 침묵에 귀 기울이고자 할 때, 우리는 우선 그들을 억압하고 있는 남성들의 담론을 듣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여성의 몸은 침묵을 `부재`로서가 아니라 `존재`로써 담아내는 자기 웅변의 요체이다. 여성의 침묵에 귀기울이고자 한 것은 무엇보다 그들이 속한 상황을 통해 그들의 존재 자체를 주목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