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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 임페리아의 비극으로서의 『 스페인의 비극 』
The Spanish Tragedy as Bel - imperia's Tragedy
정문영(Moon Young Chung)
UCI I410-ECN-0102-2009-840-005750238

셰익스피어에 앞서 민중연극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토마스 키드의 『스페인의 비극』은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복수 비극이다. 이 복수 비극은 일반적으로 아들 호라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 복수하는 아버지 히어로니모의 비극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스페인의 비극』을 안드레아와 호라쇼의 연인인 벨-임페리아의 비극으로 보는 읽기를 시도한다. 키드의 성공적인 벨-임페리아라는 여성 등장인물의 재현은 『스페인의 비극』에서 그가 이룬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주도적인 읽기들이 외디푸스적인 구조의 틀 속에서 부자간의 관계에 기초한 남성들 사이의 경쟁 관계의 유형을 이루는 히어로니모의 복수 비극으로 『스페인의 비극』을 봄으로써, 실제로 이극의 극적 행위를 추진하고 있는 욕망의 주체인 벨-임페리아를 단순히 두 남자의 죽음을 초래한 치명적인 여성적 성욕의 여자로 배제시켜버리는 시각을 취해왔다. 그러나 그녀를 극의 중심에 두고 보면, 남성들 사이와 오이디푸스적인 관계 형성 후 무대에서 사라져주기를 강요당하고 그리고 돌아와서도 히어로니모의 복수극의 조역 역할에 머무도록 요구되는 그녀는 사실 "억압된 것(자)의 귀환" 강력한 위협적인 힘을 행사함으로써 그녀 자신의 복수극을, 즉 귀족사회의 닫힌 오이디푸스적 구조를 위협하는 반-오이디푸스적인 극을 과감하게 공연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스페인의 비극』의 메타드라마적인 구조 역시 벨-임페리아의 비극을 읽어내는 시각 설정에 상당히 적절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로렌쪼, 히어로니모, 그리고 벨-임페리아, 세명의 등장인물들의 극작가 또는 각색자 그리고 무대감독까지 겸하는 역할들을 하고자 하는 욕망에 의하여 구조화되는 세겹의 극중극들이 `스페인의 비극`을 이루고 있으며, 이 복수 비극은 또한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갈망하는 안드레아 유령과 그의 욕망을 만족시켜주고자하는 복수라는 신을 관객으로 하여 그들 앞에서 상연되는 하나의 극중극의 형태로 제시된다. 이러한 여러 겹의 극중극들이 복수를 위한 복수 비극의 형태로 각각 세명의 등장인물들에 의하여 공연된다. 이 극중극들의 차이를 살펴보면, 로렌쪼는 특권적인 위치에서 극중극에 대하여 힘을 행사하려고 한 반면, 히어로니모와 벨-임페리아는 특권적인 극작가 또는 각색자 그리고 무대감독의 역할뿐 아니라 그 극중극의 등장인물의 역할까지 기꺼이 교체하여 공연함으로써 그들의 복수극을 공연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히어로니모와 벨-임페리아 중, 오이디푸스적 구조의 사회를 여전히 지지하는 히어로니모 보다는, 계급적 그리고 성적 장벽을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안드레아와 호라쑈를 연인으로 선택한 명문 귀족 집안의 반항적인 딸 벨-임페리아가, 귀족 가문의 오이디푸스적 구조의 강화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로렌쪼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인물로 즉 비극의 주역으로 더 적절하다는 사실을 세겹의 극중극 구조의 『스페인의 비극』의 공연을 보는 관객인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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