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7.104.248
3.147.104.248
close menu
KCI 등재
셰익스피어의 『 페리클리즈 』 에 나타난 부녀 관계
The Father - Daughter Relationship in Shakespeare`s Pericles
이희원(Hee Won Lee)
UCI I410-ECN-0102-2009-840-005750187

이 논문은 『페리클리즈』에 나타난 페리클리즈와 마리나 상호 간의 영향, 타협, 변화 등의 복잡한 관계 망을 살펴보면서, 이 둘의 관계가 셰익스피어 시대의 일반적인 부녀 관계, 즉 명령하는 아버지-순종적인 딸의 관계를 한편으로는 전복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용하는 이중성을 지닌다고 논의한다. 이 극에서 셰익스피어는 당시 흔히 남성적 덕목이라 일컬어지는 용맹성과 강한 통치력을 결여하고 심적으로도 위약한 페리클리즈 왕과 용기와 지혜, 웅변술 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성숙한 그의 딸 마리나를 제시함으로써 가부장제에 기초한 르네상스 시대의 통념적 남녀관계를 대폭 수정하고 있다. 이 극에서 페리클리즈는 현실 세계에 대처하고 국가를 지배하는 통치자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실 정치로부터 도피하는 방랑자요 은둔자로, 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는 인내와 침묵의 화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반면 마리나는 비록 남성적 가치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투지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여러 남성들과 페리클리즈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그들을 내적으로 지배하는 정신적 치유자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도된 남녀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극은 결말에 위엄을 갖추고 실세를 회복한 폐리클리즈와 정신적 구원자의 역할을 마감하고 다시 수동적인 딸로 되돌아오는 마리나를 제시함으로써 남성-정치적 영역과 여성-심리적 영역이라는 가부장적 이분법을 그대로 따르며, 이 점에서 이 극은 매우 체제 수호적이다. 즉 이 극에서 셰익스피어는 남녀의 활동 영역은 각각 정치와 심리 혹은 공과 사로 대별된다는 당시의 이분법적 가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서로 상부상조하는 동등한 위치의 부녀관계를 통해 매우 온건한 방식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가부장적 가치관에 균열을 가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