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移情)은 인성(人性)의 물화(物化)와 외물(外物)의 인화(人化)를 내용으로 한다. 이정은 인위(人爲)로써 외물의 천리(天理)를 약탈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고, 또한 외물의 선악(善惡)과 미추(美醜)에 인성의 호오(好惡)와 애락(哀樂)을 방임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성의 물화이다.여기에는 의(意) ·지(志) ·사(思) ·념(念)의 견제가 거의 미치지 않는다. 율곡이 이정에 의한 탕심(蕩心)을 경계한 이유도 핵심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이정이 탕심에 이르지 않는 관건은 특히 물화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표현 방식이 바로 부(賦) ·비(比) ·흥(興)의 이른바 흥이다. 흥과 그 흥상(興象)은 그 자체가 곧 이정의 지양이다. 본고는 이것을 율곡의 미적 인식에 대한 고찰의 일부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