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源氏物語』에 있어서의 虛構와 記憶 記憶은 人名과 地名과 같은 고유명사와 함께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이 문자화됨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사람들의 마음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것이야말로 문장의 효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源氏物語』에는 地名起源譚이나 『竹取物語』와 같은 語源譚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형성하고 있는 掛詞나 緣語의 발상은 歌나 地文에서 物語의 詩學으로서 녹아 들어가 있다. 그리고 『源氏物語』가 왕조문학의 중심적 문학으로서 記憶되어 지는 것은 『作物語』의 계보뿐만 아니라 和歌나 日記, 歌物語와 같은 假名文藝의 표현사나 漢詩文이나 歷史書, 說話가 多??的(폴리포닉)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내용의 경우에도 『源氏物語』는 虛構의 物語이지만 『長恨歌』에서 그려지는 史實도 인용되어 있어 현실을 초월한 왕조문화의 記憶世界가 형성되어져 있다.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의 이러한 특징은 紫式部 개인의 어린 날의 記憶과도 무관하지 않다. 『紫式部日記』에는 부친인 爲惟가 아들 惟規에게 漢書를 공부시킬 때 紫式部 쪽이 더 잘하는 것을 보고 사내아이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漢詩文이나 史書를 쓰는 것이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금기시되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假名文을 전용하게 된 것이 『源氏物語』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史書나 古記錄 이상으로 왕조의 남녀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인생의 의미가 假名로 생생히 표현됨으로써, 이 작품은 후대에도 記憶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源氏物語』는 紫式部라는 왕조의 한 여성의 환상에서 시작되어, 현실의 역사를 초월한 인생의 諸相이 典型化됨에 따라 왕조귀족문화의 공동체의 記憶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자(假名)에 의해 記憶을 보편화시키는 문학적 의미까지 생각게 하는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