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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惡)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 , 게오르그 뷔히너의 〈 레옹스와 레나 〉 에 있어서 자동인형의 상연에 대한 고찰
Aufsatze : Die Commedia dell`arte des Bosen , Zur Automatenvorfuhrung in Georg Buchners " Leonce und Lena "
테오북(Theo Buck)
뷔히너와 현대문학 5권 227-263(37pages)
UCI I410-ECN-0102-2009-850-004432008

본고는 게오르그 뷔히너가 의존했던 문학전통의 여러 선례들 중에서 지금까지 비교적 적게 언급되어 온 이태리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민중희극)가, 특히 `악의 민중희극`이 뷔히너의 희극에 미친 영향관계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를 적절히 전개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희곡발달사적 관점에서 조금 멀리서부터 그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 얼핏 보면 <레옹스와 레나>는 아주 평범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다. 즉 포포나라의 왕자인 레옹스와 피피나라의 공주인 레나는 그들의 임박한 강제결혼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각기 도피여행을 하던 중 서로 모르는 사이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하여 그들 두 사람은 레옹스의 하인이며 익살장이인 발레리오에 의해 자동인형으로 궁전에 소개되고 그 가장(假裝) 속에서 결혼식을 거행하여 탈가면을 하고 나니 가상(假想)이 현실화된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 게으름뱅이 천국이 선포된다. 문제는 이러한 극적인 귀결을 단순히 `해피 엔드`로만 볼 수 없는 것에 뷔히너희극의 그 심각성이 있다. <레옹스와 레나>는 풍자적 희극으로서 그 작품형성기법에 있어 두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그 하나는 궁중장면들에서 그 궁중사회의 허위성을 비판적으로 폭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만세를 제창하도록 동원된 농민들의 장면에서 풍기는 사회비판적 전복적 색조이다. 이 두 요소들은 각기 저 나름대로 그 희극적 기제(機制)를 과다하게 구사한다. 그 작품 초반의 `로셋타 장면`에서 귀족에 대한 비판과 궁중의 강권(强權)과 자의(恣意)에 시달리는 인간의 위상서술은 함축적으로 한 폭로적 종합명제를 이룬다. 아르민 렌커 Armin Renker가 1924년에 등장인물의 도식을 통해 뷔히너의 희극을 민중희극에 대비(對比)시킨 것은 우리의 논의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예컨데 레나=콜롬비나의 등식은 잘 성립이 안된다. 뷔히너는 단지 민중희극으로부터 그 가면극적 성격과 그 예술적 표현수단의 효과체계를 십분 잘 활용하여 그의 작품형성기법에 통합하였다. 뷔히너가 살던 시대에 사람들은 인간의 기능체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여 왔고, 이의 반응으로 뷔히너는 그의 작품세계에 한편으로 인간의 기능을 본뜨는 동물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저급동물화를 그리고 있다. <레옹스와 레나>의 마지막 장면인 궁중장면에서 발레리오에 의한 자동인간들의 등장은 바로 왜곡되고 기형화된 인간들을 그 로보트적 소외 속에서 보여 주는데 적합하다. 발레리오가 자기가 소개한 두 자동인간들보다도 한술 더 뜨는 자동인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면에는 할리퀸(Harlequin 또는 Hellequin 지옥광대)적 심술궂은 `악한` 눈초리가 도사리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악하다고 인정되는 세계상황에 악하게 대처하고 있는 데에 선의 변증법은 출발하고 있다. 우리가 논하고 있는 작품에 있어서 그 악한 것은 인간적인 것에 파괴적인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는 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자기사유(自己思惟) 대신 순응, 의사소통 대신 권태, 호의 대신 폭력, 선린애 대신 착취, 동일성 대신 소외 - 바로 이 것이 자동인형시위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의 추한 음계이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처지를 꿰뚫어 보고 있는 발레리오가 그 종결부분에 가서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패배인가? 이 부분이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으나 우리는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악의 민중희극으로부터 궁극적으로 선함이 싹트고, 물화(物化)된 자동인형존재들의 소외의 저편에서 인간성을 자라나야 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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