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소설들은 1960년대라는 특정한 시대배경과 조응하며 본절적 의미의 현대성(modernity)를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진기행(霧津紀行)」은 일상에서 탈(脫) 일상으로의 이동이 아닌 탈 일상적 공간에서 일상적 공간으로 복귀하는 색다른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다. 즉. 일상/탈 일상을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탈 일상의 공간의 세밀한 탐색을 통해 일상의 허위와 개인의 소외를 드러내는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모더니즘 소설이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평이라 볼 수 있다. 그는 무진을 떠나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그것은 예정된 소멸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현대성의 특질로서 일상성을 자아의 소멸과 동일성의 탐색에서 비롯된 것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시적 일상성은 「서울 1964년 겨울」에서 구체적으로 탐구된다. 나와 안은 서울의 밤거리를 배회하며 전봇대의 광고, 빌딩의 네온사인, 평화시장, 화신백화점 등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도시의 일상의 의미를 도출해내려한다. 둘은 포장마차에서 극히 사소한 대화를 말장난처럼 이어가면서 무의미한 일상의 사물들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들은 상실한 자유에 대한 쓸쓸함의 표현일 뿐이다. 일상은 허무적 색채를 띤 무가치적인 현실로 화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허무적 일상의 굴레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살아가다가 타성에 젖은 일상에서 새로운 전기를 보여주는 작품이 「夜行」이다. 가난한 현실을 위해 남편과의 결혼 사실을 숨긴 채 같은 직장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여자가 더운 여름 날 자신을 막아선 한 남자에게 강렬한 손짓을 당한 후 느끼는 강렬한 탈일상의 욕망은 일상에서 비겁해진 현대인들을 일깨우려한다. 그들이 일탈의 욕구를 실행에 옮길 때 비로소 진정한 탈주도 가능하다는 것을, 또한 개개인의 일시적 행위로 가능한 것이 아닌 타인과 내가 동참하는 절실하고도 신성한 의식에 의해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탈일상은 `미군식의 유니폼`처럼 어설픈 근대화를 벗고 실천적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김승옥의 소설들은 60년대라는 시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다양한 현대성을 표출함으로써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