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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플르베르의 "비개인성" 소설미학
L`≪impersonnalite≫, ses exigences et ses implications
오영주 ( Young Ju Oh )
불어불문학연구 53권 95-120(26pages)
UCI I410-ECN-0102-2009-760-003814570

이 논문은 플로베르의 소설 미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개인성`의 미학이 과거의 어떠한 글쓰기의 형태에 대한 거부이며, 어떻게 동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으며, 어느 지점에서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지 살펴본다. `너 자신을 그리지 말라`는 비개인성의 미학은 낭만주의 작가들의 작품에의 감정적, 철학적, 도덕적 개입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되었다. 아름답과 섬세한 영혼과 훌륭한 글 사이에 등식을 놓으면서 낭만주의는 문학을 정념의 분출구로 만들었다. 낭만주의의 안이한 글쓰기에 대한 반성인 비개인성의 미학은 과학이 자연을 연구하듯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문학이 인간을 탐구해야 한다는 19세기 사실주의자들의 요구와 동일한 시대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플로베르의 비개인성 미학이 과학을 끊임없이 원용하는 것은 과학의 실험적이고 논증적인 면보다는 사회적 도덕적 편견에 독립되어 있는 과학적 시선과 관계된다. 반면 문학과 과학의 방법은 동일할 수 없다. 과학과 달리 소설은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외부의 세계를 정확히 재현해내기 위해서 작가는 자신을 세계에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 세계를 살아야 한다. 혹은 작가는 세계가 온전히 자신을 통해 투영될 수 있는, 외부의 진실을 확대하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소설가의 능력은 많이 느끼는 데 잇기 보다는, 자신에게 세계를 느끼도록 할 수 있는 데 있다. 즉, `객관적인 것의 내면화`를 통해서 소설가는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요소가 배제된 그 자체로서의 사물, 인간, 사계를 재현해 낼 수 있게 된다. 소리지르지 않고 절규하지 않고 오로지 인내심 깊은 오랜 성찰의 눈길, 즉 비개인성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그것은 언어로 하여금-주제가 아니라-관찰 대상의 진실을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소설을 그 무엇보다 예술작품으로 간주했다는 점에, 문학의 존재이유를 외부에서가 아니라, 형식과 내용의 완벽한 일치, 즉 문체에서 찾았다는 점에 플로베르의 현대성이 놓여있다. 서설은 현실의 완벽한 재현, 풍속의 교정, 도덕적 교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美가 예술작품의 궁극 목적이며, 진실과 감동은 그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그 무엇에 의해 지탱 받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우주를 모델로 삼고 있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책`은 자율적 문학이라는 문학에 대한 현대적 인식의 문을 연다. 비 개인성의 미학이 지시하고 있는 길 위에 `작가와 독립된 작품`, `문학성`이라는 현대 비평의 문제의식이 놓여 있음은 뜻밖의 일이 아니다. 비개인성의 미학이 작가에게 요구하는 자세가 창조물에 대한 조물주의 태도-도처에 존재하되 결코 보이지 않는 -이듯, `그 무엇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책`의 기도는 신없는 세계, 절대적 가치가 사라진 세계에 직면한 작가의 신적인 企圓의 일종이다. 플로베르의 비개인성은 도덕주의에 대한 그의 불신과도 관계된다. `공식적 도덕`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늦추지 않았던 플로베르는 그러나 도덕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다만 이 공식적 도덕이 만들어 낸 사회를 문체의 힘에 의해 그 가장 적절한 비율 속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그 다음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리라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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