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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아날학파 "새로운 역사"와의 근접성 안에서 바라본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의 『세상의 미로』
Le Labyrinthe du monde de Marguerite Yourcenar dans le rapprochement, avec la ≪nouvelle histoire ≫ de 1`ecole des Annales
박선아 ( Sun Ah Park )
불어불문학연구 53권 121-143(23pages)
UCI I410-ECN-0102-2009-760-003814621

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는『세상의 미로』를 쓰게 된 동기가 자아탐색이라는 자전적 요인보다 가족(가문)사, 인간사를 펼쳐 보이려는 역사적 의도에 있었다고 밝힌다. 일반적으로 이 작품은 자서전 쟝르로서의 가능성은 없는지 자못 궁금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유르스나르에게 있어 역사의 의미는 무엇이며 실제로 역사에 어느 정도 근접해있으며 작품의 쟝르적 성격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잇는지 살펴보는데 있다. 우선 유르스나르는 작품 속에서 영웅들이나 지배층에 의해 이루어지는 드러난 역사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나 무수한 인간 군중집단으로 이루어지는 감추어진 역사를 의미 있게 부각시키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역사성을 드러낸다. "마르크스주의자처럼 역사를 우상으로 삼는"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그녀는 개개인의 역사를 소중히 생각하기에 자기 조상들의 작은 삶들을 큰 역사의 흐름 속에 조화롭게 배치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관은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주류를 이루어왔던 과학적 객관성을 추구하는 실증주의 역사와 대치된다. 유르스나르가 작품 안에서 담아내는 역사의 의미는 순수한 사건과 사실에 집착하여 객관적인 과거를 복원하는 엄격한 의미의 역사와는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20세기 중반 이후 실증주의적 역사관에 맞서서 아날학파가 주창해온 문화사 운동인 "새로운 역사"와 흡사하다. 본고에서는 "새로운 역사"의 전반적인 특성에 따라 『세상의 미로』와의 유사성을 밝혀내고 이 작품이 지니는 역사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사점은 추상적 인간(단수개념)이 아닌 구체적 인간들(복수개념)을 역사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두 번째, 역사란 과거에 묻혀있는 과거사실의 재구성이 아니라 현재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과거이므로 결국 과거의 "현재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브로델의 "장기지속적"시간개념도 중시한다. 세 번째 유사점은 땅, 지리, 지방이라는 공간의 역사에 관심을 갖으며, 땅과 함께 하는 인간들의 삶과 문화를 재구성하여 전체사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다양한 사료의 활용에 있다. 인간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역사의 자료로 타당하다고 여기며 사료를 폭넓게 선택한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유사점은 "히스토르"라는 비교적 열린 역사적 화자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다음은 감정의 표현이나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솔직한 고백을 역사적 진실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로이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유사점은 빈틈이 나기 일쑤인 사료들의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데 상상력을 첨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허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가설에서 끌어오는 역사적 상상력이다. 이러한 몇 가지 유사점들은 『세상의 미로』가 오늘날의 역사와 얼마나 근접해있는지 보여준다. 그렇다고 쟝르의 규칙이라는 오랜 관습을 깨고, 이 작품을 문학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난 별개의 역사라고 보기도 어렵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역사가 역사이기를 그치고 문학이 문학이기를 그치는 어느 합류점에 놓아 보고자 한다. 그 합류점에서 "히스토그라피"라는 새로운 혼합 쟝르의 탄생이 예고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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