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겨울의 하르츠 여행』은 매우 난해한 시이다. 이 시는 『젊은 베르터의 고뇌』와 『괴츠』로 일약 문명을 떨치게 된 청년 괴테가 바이마르로 초빙되어 온 지 2년이 지난 1777년 겨울에 씌어졌다. 필자는 이 무렵의 괴테가 바이마르의 젊은 군주 아우구스트 공과 어울려 술, 무도회, 승마, 사냥 등에 탐닉함으로써 매우 방종한 생활을 한 한편, 바이마르의 귀족 슈타인 부인과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애정 관계에 있었던 사실에 착안하여 그의 비밀스러운 하르츠 여행과 그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겨울의 하르츠 여행』을, 시인 괴테가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되찾기 위하여 비좁고 훤소(喧騷)한 삶의 공간인 바르마르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을 일단 한번 훌쩍 떠나 위험한 대자연의 품안으로 들어가 본 모험과 그 기록물로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죽음’의 세계인 ‘마의 산’에 들어와 몽롱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스키를 타고 설원(雪原)으로 들어가 볼 생각을 털어놓자 세템브리니가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여기에 2년이나 머물고도 그런 착상을 할 수 있다니!” 하고 감탄하는 후대의 문학적 토포스에 기대어, 필자는 이 시에서 “2년이나 바이마르에 머물고도” 아직 혼자 하르츠의 보르켄산에 오를 착상을 할 수 있었던 시인 괴테의 예술가 정신을 높이 사고, 이 시를 이런 컨텍스트에서 한 예술가의 자기 정체성 찾기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1777년 괴테의 ‘하르츠 여행’은 말하자면 후일의 ‘이탈리아 여행’의 전조(前兆)로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