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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미완성의 연극성 -베케트 연극의 시학적 연구-
Theatralite de l`inachevement -Une etude poetique du theatre de S. Beckett-
최영주 ( Young Joo Choi )
불어불문학연구 57권 31-69(39pages)
UCI I410-ECN-0102-2009-760-002390700

시학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베케트연극의 대표적 특징은 결론의 부재에서 발견된다. 무한정성을 지향하는 이같은 언어적 특수성은 스토리적 결말 뿐 아니라 많은 문장적 구성에서도 볼 수 있는데 안정적인 대화의 진행보다 우발적인 언어의 자율성에서의 선호를 통해 베케트는 쉬운 단어적 이해를 방해하고 논리적 공식을 깨뜨린다. ≪ La maladie de vouloir savoir ce qu`il faut accomplir et la maladie de voluloir e^tre capable de l`accomplir ≫, ( 무엇을 완성시켜야 하는 지를 알길 원하는 병, 그것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원하는 병 ) ( Trois Dialogue, 16 ) 이란 베케트의 비판적 지적이 시사하듯, 많은 베케트 연구자들이 언급한 논리적 허술함과 오류는 사실 불균형마저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운 언어적 주체성을 의미하며 이는 정해진 틀과 강제적 규정에 대한 반항정신을 내포한다. 문체론에 있어 단어나 문장의 부분적 생략, 침묵, 삭제, 반어법, 모순법 등이 은폐된 의미를 찾는 부차적이고 도구적 형식으로 간주되는데 반해 베케트의 시학은 의미적 모호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이 특이한 언어형태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논리적 도식의 권위에 의해 억압되었던 언어적 흐름을 유출시키고 언어에 신체성과 독창성을 부여한다. 명확한 결론의 부재는 공간적, 인물적, 시간적 설정에서도 발견된다. 베케트의 세계에서 확실한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서로간의 끊임없는 확인을 시도하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인 사회적, 시간적, 공간적 혼란상황에 놓이게 된다. ≪ 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아마도 peut-e^tre” 이다 ≫ 라고 작가 스스로가 밝혔듯이 베케트의 많은 문장은 부정과 긍정사이에 위치하며 양극간의 갈등과 혼란을 통해 끊임없는 긴장과 에너지를 생성한다. 베케트의 연극에 있어 미결정성은 타자성과 직결된다. ≪ 모든 거짓된 것은 다른 개념들과 구별되는 분명한 개념으로 귀착된다. ≪ (…) tout ce qui est faux se laisse davantage re´duire, en notion claires et distinctes de toutes les notions ≫ (Molloy, 110) 는 베케트의 지적처럼 궁극적인 결론을 거부하는 모호성의 시학은 타자성, 미지성을 지향하는 그의 예술적 지향성을 잘 보여준다. 베케트에 있어 글쓰기란 자유와 타자성의 추구이며 따라서 선험적 범주와 개념에 텍스트를 끼워 맞추려는 수사학적 의도에 그는 등을 돌린다. 즉 베케트가 보여주는 미완성의 시학은 문체적 실험이라기 보다는 미지적 리듬구상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는 단어, 명확성에 의거하는 대부분의 해석학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함락되지 않는 미지성을 그의 연극이 내포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고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예술작품의 감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다. 타자성 앞에서 인간의 본능은 그 타자성을 무너뜨리고 공통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귀착된다. 이는 미지에 대한 우리의 존재론적, 심리학적 두려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새로운 문학 텍스트를 마주했을 때 역시 우리는 동굴의 우상적인 코드를 이에 입력, 적용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예술과 문학의 가치는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내용에 의거하기 보다는 어떻게 표현하였는가 하는 그 방식적 창조성, 무한성, 미지성의 정도에 근거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 있어 의미는 결론으로부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부터 경험하는 것임을 보여준 베케트의 연극의 시학적 의미는 각별하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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