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적 철학 운동은 90년대 초 남한 사회의 외연적 변화, 동구권 현존 사회주의의 와해 등을 경험하면서 위기적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방향성을 상실한 채 사상적 혼란에 빠져있는 진보적 철학이 위기적 상황을 타파하고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90년대 진보적 철학이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지만, 80년대의 `정통주의 열병`, 즉 맹목적 추종이 변화된 현실 앞에서 무력하게 맹목적 회의로 전화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런 점에서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유로서의 학적 의식의 미성숙을 문제로서 지적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진보적 철학이 해야 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새로운 사상을 유행병처럼 뒤따라 다니기에 앞서, 학적 의식의 근본적인 전향을, 진정한 학적 정신으로서의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사유 역량을 확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