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유토피아를 꿈꾸어 왔다. 이 논문은 새로운 밀레니움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인류가 꿈꾸어 온 다양한 유토피아들을 철학적으로 검토하고 아울러 새로운 지향을 모색하는 일환으로 『희망의 원리 - 유토피아』라는 공동연구 아래 동아시아 근대 민중운동이 지향한 유토피아를 살핀 것이다. 특히 갑오농민전쟁 과정에 설치된 집강소가 이 주제에 맞는 유토피아의 전단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동학사상이 개벽을 통해 지향해 간 민족공동체와 민중공동체가 유토피아의 이념적 토대였으며, 갑오농민군이 제시한 폐정개혁안들은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구체적인 원칙이었다. 폐정개혁안 가운데서도 집강소 시기 제시된 12개조는 농민군의 지향이 무엇이었는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 이전 단계에서 제시된 27개조와 많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과 원칙의 현실 실현 가능태였던 집강소는 종교공동체면서 군사공동체였고 정치공동체면서 생산공동체인 만민평등의 생활공동체였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