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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철학 : 실체에서 주체로
이병창
시대와 철학 10권 1호 97-126(30pages)
UCI I410-ECN-0102-2008-150-001737896

본 논문은 헤겔 「논리학」에서 전개된 실체에서 주체로의 전환이라는 문제를 다룬다. 이를 통하여 그의 사변철학의 원리를 규명하고자 한다. 그의 사변철학의 원리는 칸트의 선험철학과의 관계에서 찾아질 수 있다 헤겔은 자기의식에 관한 칸트의 주장을 가장 심원하고 가장 올바른 것으로 찬양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는 칸트가 자기의 입장을 철저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칸트의 물자체 관념과 연관된다. 칸트에게서 물자체라는 관념은 경험의 전제이다. 선험적 통각의 범주를 통한 선험적 구성은 직관 형식에서 주어지는 경험을 전제로 한다. 우리에게 경험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경험하기 전에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칸트는 경험 이전에 경험의 전제로서 물자체를 상정하였다. 그러나 헤겔은 칸트의 생각은 선험철학의 입장을 벗어난다고 본다. 선험철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직관은 오성의 범주와 마찬가지로 사유의 형식이며, 따라서 그것 역시 대상을 구성한다 다만 그것은 직관의 형식이므로, 여기서 구성된 대상은 마치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그것은 사유에 대립하는 대상(Gegen-Stand)으로 된다. 이는 마치 감정이 사실은 우리의 자발적인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외부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 즉 격정(激情)인 것처럼 나타난다는 철학자들의 주장과 유사하다 헤겔에 따르면, 칸트는 바로 여기서 그만 발을 헛디뎌서 결과적으로 경험 이전에 실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물자체라는 개념을 상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자체라는 개념을 제거함으로써 헤겔은 칸트의 선험철학을 떠나서 그의 고유한 입장인 사변철학의 영역으로 넘어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경험은 주어진다는 즉 전제(voraussetzen)된다는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의식 밖의 물자체가 없다면, 어떻게 이런 주어짐과 전제가 가능한가? 하지만 물자체가 아니더라도, 현상적 실재라고(그러므로 물자체나 의식초월적 실재라는 의미는 아니다) 할지라도 경험 속에서 주어지거나 전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망상이나 환상과 경험은 구별된다. 적어도 후자는 현상적 실재로부터 주어지고 이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의 구조는 물자체는 아니다. 그것은 현상하지만, 그것은 경험에서 그 자체(an sich)로서 주어지지 않는다. 일단 이런 것을 현상적 실재라고 하자. 그런데 경험은 원자의 구조에 관해 그 어떤 징후만을 포착한다. 우리는 전자총을 쏘았을 때, 그로부터 이슬이나 안개의 궤적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궤적은 경험으로서, 원자의 구조에 대한 우리의 망상이 나 환상과는 구별된다. 헤겔은 일단 경험을 직접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출발한다. 그러나 경험은 그 속에 모순과 대립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모순과 대립은 어떤 현상적 실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상적 실재 자체가 모순과 대림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 형식으로서 경험적 형식의 구성 방식 에 의해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체적인 경험 속에서의 모순과 대립을 해소해야 한다. 비로소 우리는 현상적 실재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모든 대상은 사유에 의해 구성되는데, 우리가 적절한 사유의 형식을 가진다면 경험에서의 모순과 대립 이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경험의 모순과 대립이 사라질 때까지 새로운 사유 형식들을 실험하면서, 다시금 대상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모순과 대립이 사라진 다면, 사유에 의해 구성된 대상은 바로 포착하고자 하는 현상적 실재와 일치 할 것이다. 그것은 헤겔에게서는 즉 더 이상 사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궁극적 실재이다. 헤겔의 사변철학은 그러므로 경험에서 개념으로 이 행하는 사유의 운동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주관적 인식에서 객관적 인식으로, 즉 모순과 대립의 경험에서 내적으로 통일된 필연적 지식으로 이행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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