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960년대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웃음의 문제에 대해 검토한 것이다. <생명연습>, <들놀이>,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역사>, <싸게 사들이기>, <차나 한 잔>, <서울, 1964년 겨울>, <환상수첩>, <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훔친 여름>, <60년대식>과 같은 대부분의 1960년대 소설에서 김승옥은 웃음의 미학을 중요한 창작 방법론으로 구사한다. 작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독자는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인물의 어떤 특성 때문일 수도 있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적확하게 표출해내는 재치
있는 문장에서 비롯하는 수도 있다. 물론 김승옥의 소설에서 독자가 느끼는 웃음은 파안대소라거나 박장대소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소리 없는 미소에서부터 홍소, 박장대소에까지에 이르는 여러 감정 반응 단계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웃음을 파악한다면, 김승옥 소설의 매력은 바로 웃음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비단 소설뿐 아니라 그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창작하기 이전에 보여주었던 만화 작업, 그리고 소설가로 등단하고 난 이후에 보여주었던 콩트 작업을 검토해보면 그의 예술세계에서 웃음은 본질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승옥의 소설을 웃음이라는 관점에서 거론한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는 골계나 해학, 풍자나 유머와 같은 개념으로는 이러한 측면을 규명하기 힘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익살스럽고도 품위가 있는 말이나 행동``으로 정의되는 해학이나,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일``로 규정되는 골계와 같은 개념으로는 김승옥 소설의 웃음을 규명하기 힘들다. 해학이나 골계 미학에 대한 독자의 반응인 파안대소나 박장대소와 달리 김승옥의 작품에 나타나는 웃음은 그 내부에 애수와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또한 김승옥 작품의 웃음은 부정적인 대상에 대한 강한 공격성을 보여주는 풍자로 인한 웃음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김승옥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서로 다른 가치들을 저울질하는 양가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풍자의 기준에 부합할 만큼 부정적인 대상에 대한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편 유머로 접근하는 일 또한 어렵다. 유머란 그것을 통해 어떤 유쾌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김승옥의 작품에서는 그 웃음에 기괴함이나 서늘한 감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느낌이 반드시 유쾌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골계나 해학, 풍자나 유머와 같은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고 웃음이라는 넓은 범주를 통해 김승옥의 작품에 접근하려 한다. 다시 말해 웃음이라는 포괄적인 범주에서 1960년대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웃음의 요인과 특질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정신적 결함과 위악에 대한 과장된 형상화``, ``성(性)과 분변(糞便)적인 내용의 도입``, ``불일치와 시점 전도의 화법``, ``문장 구조의 비틀기와 언어유희``와 같은 측면에 주목하여 1960년대 김승옥 소설의 웃음 미학을 분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