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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명칭 denomination으로서의 속담에 대하여
Sur Le concept de denomination dans Les proverbes
이수미 ( Soo Mi Lee )
불어불문학연구 77권 155-179(25pages)
UCI I410-ECN-0102-2012-510-000110018

본 논문의 목적은 Kleiber가 제시한 `명칭`개념이 속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는 데에 있다. 이는 명칭개념을 통해 속담의 의미가치나 지시기능들을 보다 잘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종래의 언어학자들은 속담의 의미를 1차 의미와 2차 의미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1차 의미는 속담을 구성하는 언어 단위들의 의미결합이고, 2차 의미는 1차 의미가 은유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의미이다. 예를 들어 속담 Pierre qui roule ne ramasse pas mousse에서 1차 의미는 `구르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이고 2차 의미는 `움직이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이다. 이 두 의미 중 속담의 실제 의미로 간주되어온 것은 2차 의미이다. 1차 의미가 속담이 지시하는 상황과 전혀 무관하고, 담화 상황에서 화자와 청자들이 속담을 통해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2차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차 의미를 속담의 의미로 받아들이는것 역시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2차 의미는 속담의 의미라기보다는 속담의 해석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학자들은 속담의 의미를 규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leiber는 속담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명칭`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보통명사가 여러 지시대상을 지닌 부류 classe의 이름이듯이, 속담은 하나의 속담으로 묶일 수 있는 유사한 상황들의 이름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은 속담을 언어단위로 인정하고 그것의 고유한 언어학적 기능을 밝혀내려는 것으로서 매우 뜻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담을 상황의 명칭으로 간주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는 첫째로 `상황`이 지시하는 의미 영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둘째로 문장단위로 이루어진 속담의 의미를 한마디로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없으며, 셋째로 속담과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는 우회표현들이 여럿 존재하고, 넷째로 심지어는 동일한 상황에서 상반되는 입장을 지닌 두 속담이 동시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담이 상황의 명칭이라는 주장에 많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을 인정한 Kleiber는 속담을 총칭적 상황을 상기시키는 함의 implication의 명칭이라고 수정하여 정의하였다. 하지만 속담의 경우 함의에 대한 해석이 열려있어서 하나의 함의가 전혀 다른 다양한 해석들을 도입할 수 있는 만큼 속담을 함의의 명칭으로 간주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속담의 의미 형성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속담의 의미 토대는 속담의 함의가 지니는 논리관계에 의해 형성됨을 알 수 있었다. 논리학에서와는 달리 속담의 경우, 함의와 논리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동일한 층위에서 다룰 수는 없다. 논리학에서 사용되는 함의는 필연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강함의 implication forte에 속하지만, 속담이 지닌 함의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약함의 implication faible로 간주된다. 이는 논리관계가 속담을 구성하는 의미단위들 사이의 관계에 관여하는 반면, 함의는 속담이 전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속담의 경우 함의는 시간이 흘러 화자와 청자의 문화와 사고방식이 바뀌면 그 내용 또한 바뀔 수 있지만, 논리관계는 속담 속에 존재하는 두 상황(예를 들어 Pierre qui roule가 지시하는 상황과 Pierre ne ramasse pas mousse가 지시하는 상황)을 연결시키는 기능만을 하기 때문에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언어단위가 지닌 의미 토대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어야 하는 만큼, 속담의 의미적 타당성은 논리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속담이 무언가의 명칭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논리관계일 것이다. 속담은 논리관계를 통해 하나의 원인과 그것에 의해 생겨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한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속담이 제시하는 결과는 가능한 여러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제시된 원인에 의해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속담이 총칭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바로 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우연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논리관계로 인해 강조된 총칭성과 설득력으로 인해, 속담은 화자가 자신의 입장을 보다 확실하게 피력하기 위해 선택하는 언어단위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속담에 사용된 명칭 개념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명칭의 개념을 협의의 의미에서 접근하면,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렵지만, 광의의 의미에서 즉, 속담도 하나의 의미단위라는 사실과 속담이 지닌 독특한 특성들을 고려한다면, 명칭 개념의 사용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논리관계가 두 상황의 관계만을 지시하고 구체적인 의미 개념을 지니지 않는 만큼, 이러한 명칭의 개념 역시 매우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명칭으로서의 pomme라는 보통 명사가 지니는 개념과 명칭으로서의 Pierre qui roule ne ramasse pas mousse라는 속담이 지니는 개념은 전혀 다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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