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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보들레르의 "만물 조응" 사상에 내재하는 초월적 이상과 예술적 역사성의 긴장관계 -바그너의 종합예술론에 대한 보들레르의 예술비평을 중심으로
La tension entre L`ideal transcendantal et L`historicite artistique dans L`idee des "correspondances" chez Baudelaire -dans sa critique artistique sur L`idee de "L`art total" chez Wagner
정의진 ( Eui Jin Jung )
불어불문학연구 77권 201-226(26pages)
UCI I410-ECN-0102-2012-510-000116883

시인이자 동시에 평론가였던 보들레르는, 당대의 예술적 핵심문제들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자신의 고유한 개념적 사고를 전개하였던 일종의 이론가이기도 하였다. 그의 `순수 예술`, `예술의 특수성`, `예술적 현대성` 등에 대한 사유는 오늘날 까지도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다. 보들레르가 발전시킨 다양한 시적·예술적 개념들 가운데 `만물 조응`이라는 개념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들 가운데 하나이다. 보들레르의 `만물 조응`이라는 예술적 주제는 특히 『악의 꽃』에 있는 동명의 시와, 자신의 리차드 바그너론에서 바그너의 종합예술론과 그의 만물 조응론을 비교하면서 동일한 시를 인용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바그너가 종합 예술론에서 시, 음악, 미술의 공감각적 종합을 시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들레르 또한 자신의 시를 통해서 공감각적이면서 보편적인 상호조화, 어떤 초월적인 절대적 일치의 경지를 꿈꾸었다. 즉, 보들레르의 만물 조응은 감각적 차원의 상호조응과 초월적인 보편적 가치로서의 상호조응이라는 양 측면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바그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실적인 감각적 층위와 초월적인 이상적 층위의 상호공존은, 특히 바그너의 경우에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일종의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각각의 모든 예술분야가 어떤 낭만주의적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의 종합예술의 절대적 이상성과 보편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 인정한다. 동시에 그는 종합예술작품, 즉 그의 새로운 오페라는 기존의 모든 개별 예술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보다 우월한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연극, 오페라, 오늘날의 영화 등 언어, 음악, 미술적 무대 배경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예술분야에서 바그너의 종합예술론은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복수의 예술적 표현수단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예술이 개별 예술보다 더 우월한가라는 문제는 오늘날 이미 그리 유의미한 예술적 논의주제는 아니다. 이 논문이 검토하는 문제 또한 그러한 예술적 우월성의 문제는 아니다. 바그너는 그의 낭만주의적인 예술적 신념을 유지하고 실현하기 위하여, `방법론적`으로 동시대의 역사와 현실에 등을 돌리고 과거의 신화와 전설의 세계로 회귀하였다. 그런데 바그너는 그의 전략적인 과거로의 회귀를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동시대가 퇴행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당대의 퇴행성을 미래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예술적 전략이 바그너에게서는 이상화된 과거로의 회귀였다. 보들레르는 이러한 바그너의 예술적 신념과 전략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바그너와 달리 동시대의 일상과 역사로부터 등을 돌리기보다는, 현대적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대면하는 쪽을 택하였다. 그의 예술적 모더니티에 대한 비평문 「현대적 삶의 화가」는 보들레르가 신학적인 절대적 이상과 가변적인 사회역사적 풍속 사이에서 매우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유지 했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절대적인 종교적 예술관을 구체적인 일상적 현실을 경유해서 표현하는 전략을 선택하였으며, 따라서 그의 예술적 현대성은 바그너의 방법론적 낭만주의 보다 더 큰 긴장감과 현실인식을 요구하였다. 그의 `순수 예술론`은 예술의 비역사적 자족성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사회의 역사적 변화에 대응하는 예술자체의 고유한 응전방법론에 대한 옹호였다. 결론적으로 보들레르는 자신의 `만물 조응`이라는 이상주의적인 시적기원을, 즉 전적인 조화와 일치가 존재하던 `영원한 과거`라는 일견 비역사적인 신학적 가정을, 항상 사회성과 역사성의 관점에서 비평적으로 재현재화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보들레르의 만물조응이라는 시적개념을 단순히 초월적인 신학적 이상주의의 발현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태의 한 측면만을 보는 것이며, 거기에는 영원성과 역사성 사이의 팽팽한 방법론적 긴장이 내재되어 있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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