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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독일 표현주의 영화: 내적인 흐름과 움직임을 외부로 투사하기 -독일 표현주의(적) 영화들의 시각적 표현 양식에 대한 간략한 분석-
Beitrage zum 15. Sorak-Symposium 2008 : Jahrhundertwende-Aufbruch in die Moderne ; Deutscher Filmexpressionismus: Die Innenvorg?nge nach außen projizieren -mit einer kurzen Bildanalyse der Art und Weise der visuellen Darstellung in den deutschen expressio
조수진 ( Su Jin Cho )
UCI I410-ECN-0102-2012-320-000263147

독일영화사에서 바이마르시대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로 우선은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영화가 비로소 예술로서 인식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이 시기가 차세대 영화감독들에 의해 독일 영화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마르시대의 영화는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표현주의가 생성되었던 시기인 1919년부터 1924년까지, 신즉물주의의 영향 하에 실내극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시기인 1924년에서 1929년까지, 그리고 유성영화의 도입과 더불어 영화가 정치적 도구로 사용될 전조를 보이기 시작한 1929년에서 1933년까지의 시기가 그것이다. 당시 예술계와 영화계에서는 표현주의 영화를 극단적으로 상이한 관점과 비평들을 지니고 바라보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표현주의 영화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른하임은 이 영화를 표현주의의 본질적 정신은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세트의 장식과 문양에만 치중해 덕지덕지 발라놓은 도배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혹평을 퍼부은 반면, 주류 상업영화계에서는 영화가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예술성만을 추구한다면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하나의 예술 사조를 형성하게 될지도 모를 이 명작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당시대의 극단적인 비평과는 달리 영화사의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여진 입장들은 영화 미학적이고 영화언어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표현주의 영화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관점들이다. 그 첫 번째로 영화의 시각적인 특성들을 영화의 본질적인 요소들로 바라보기 시작한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표현주의 영화는 매 순간의 분위기를 구상적으로 표현해냄으로써 영화 고유의 특성을 살려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의 관점은 표현주의 영화를 경험의 주체화 과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표현주의 영화에서 스크린에 제시되는 영화 내적 공간은 세트나 장식, 조명 등을 통해 현재 진행되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것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표현주의 영화의 중요한 특징은 사선이나 혹은 3차원적으로 만들어진 세트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과정을 외부로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 관점은 보고 있다. 이 때 실험되었던 자유로운 카메라의 움직임은 또 다른 영화내적 공간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것은 인물의 감정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시각화 시켜내려는 시도였으며, 영화언어가 한 걸음 더 진보하게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영화미학적인 관점에서 표현주의 영화들을 바라보게 되면 표현주의 영화로 분류되는 영화의 범위가 더 확장된다. 곧, "표현주의적인 영화"라는 범주 안에 위에서 언급한 미학적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영화들을 -초창기 표현주의 영화부터 실내극 영화들까지- 아우르게 된다. 대체적으로 초창기 표현주의 영화들은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혹은 상상적이고 신화적인 이야기들을 인용하였고, 반대로 실내극 영화 계열의 표현주의적 영화들은 소재와 스토리들을 현실적인 것에서 취했는데, 이러한 소재들의 차이와는 별개로 이 영화들은 이러한 소재들이 시각적으로 구체화되도록 세트, 조명, 카메라 등 영화적 기술을 최대한 동원하려 애를 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이러한 것들을 통해 불안한 심리나 공포, 욕망과 기원 등과 같은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표현주의(적인) 영화의 두드러진 미학적 특징은 자유로워진 카메라와 세트와 조명을 이용한 미장센에 있다. 초창기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만 해도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어,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연극무대의 공연을 녹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점차 카메라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스크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이 특정한 감정을 느끼도록, 다양한 변화를 가지게 되는데, 카메라 앵글의 변화, 트랙킹, 패닝과 같은 카메라의 이동, 그리고 더 이상 삼각대에 고정시켜 놓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같은 다양한 카메라워크는 후세 영화언어의 발전에 크나큰 공헌을 하게 된다. 또한 키라이트와 그림자의 효과적인 사용은 공포의 대상이나, 두려움이나 절망과 같은 심리들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조명의 사용은 미장센과 어우러져 각각의 프레임이 하나의 의미구조를 형성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이러한 미학적 특징들이 필름 느와르나 판타지 영화들의 표본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아른하임이 지적한 것처럼 표현주의 영화들이 표현주의 사조가 추구했었던 고통 받는 인류와 사회를 구제하는 예술이라는 목적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짧았던 표현주의 영화의 역사에 비해 이들이 영화사와 영화미학에 미친(미치고 있는) 영향이 여전히 큰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인간의 내면을 외부로 투사해, 시각화시켜 내려 했던 시도와 이를 통한 영화언어의 혁명적인 실험이 주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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