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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쥘 쉬페르비엘의 작품 속에 나타난 죽음과 추억의 거리
Litterature Francaise : La distance de La mort et du souvenir chez Jules Supervielle
이주현 ( Goo Hyun Lee )
불어불문학연구 81권 111-134(24pages)
UCI I410-ECN-0102-2012-760-001021452

본 논문은 쥘 쉬페르비엘의 시 작품 속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죽음과 거리의 인식, 그리고 존재의 추억들이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이해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시인은 남미의 우루과이에서 태어나는데, 그가 8개월 되던 때 그의 부모는 녹청이 섞인 수돗물 음독사고로 두 분 모두 남프랑스의 올로롱-쎙뜨-마리에서 사망한다. 삼촌과 숙모를 부모로 여기며 자라나던 그가 아홉 살의 나이에 우연히 알게 된 부모의 죽음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시킨다. 자신과 주변의 존재들에 대한 낯섦과 죽음은 시인을 떠나지 않는 하나의 화두로서, 그는 죽음과 삶, 산자와 죽은자들 사이에 가로놓여있는 거리에 대한 인식에 천착(穿鑿)하게 된다. 쉬페르비엘의 시세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단초가 되는 이러한 전기적 사실은 그의 시 전반에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드리워져있는 죽음과 죽은 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그의 부름의 방식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쉬페르비엘은 절대적인 듯 보이는 죽음으로부터 그림자이며 침묵이던 것들의 고백을 듣는다. 시인은 죽은 자들을 회합시키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석회지붕 위로 올라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아이 같은 모습으로 피레네 하늘의 밤을 울리는 "인간추 battant humain"가 되려한다. 멈출 수 없는 성난 부름으로 죽음 저편의 세상에서 오는 응답을 기다리는, 시인이 지닌 힘겨운 소통의 욕망은 산자와 죽은 자의 거울인 "우리 nous"라는 개념 속에서 삶과 죽음을 나누는 시공간의 거리를 지우는 듯하다. 산자와 죽은 자들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에 대한 도저한 인식은 시인이 지닌 존재론적 의무로까지 확장된다. 세상의 모든 장소에서 오는 죽은 자들의 고백이 시인의 하얀 종이 위에 내려앉을 때, 죽은 자들은 쉬페르비엘이 두 번째 죽음으로 간주하는 망각의 밤으로부터 구원된 "르브낭 revenant"이 된다. 르브낭은 시인에게 있어서 유령이라기보다는 회귀자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왜 저편의 존재들은 이곳으로 돌아오는가? 회귀자들은 세계의 본질이 재생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주고자 한다. 인간의 추억은 죽은 자들에게 존재의 각본을 부여하는 또 다른 재생의 방식이다. 그래서 시인이 "촉촉한 기억 la memoire mouillee"이라고도 부르는 추억은 꿈의 거리에 있는 여행자의 가방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며 찬란한 태양의 이미지를 지니게 된다.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은 추억으로 가득한 시인의 가슴에 의해 다시 그려지는 것이다. 추억의 개념에는 다시금 죽음이 부각되기도 하는데, 시인에게 죽음이란 익사자의 현기증이나 꿈의 세계를 여는 깊은 잠 같은 것이다. 강과 바다는 쉬페르비엘에게 있어서 죽음의 장소라기보다는 깨어남의 장소로서 어머니-자궁-원천의 의미소들이 물과 함께 형상화되어 익사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지상에서의 죽음이 죽을 수 없는 천상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익사자는 그렇게 푸른 창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그 창은 무한한 우주로 열려있다. 그것은 또한 본 연구가 "이 곳은 영혼이 말을 갈아타는 역참이 분명하다"라는 시인의 묘비명을 상기해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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