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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뫼르소, 이인으로 남은 이인
Litterature Francaise : Meursault, etranger demeure Etranger
이기언 ( Kie Un Lee )
불어불문학연구 81권 135-203(69pages)
UCI I410-ECN-0102-2012-760-000922210

알베르 카뮈의 『이인』이 출간된 지 곧 70년이 된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리고 결코 낯설지 않은 뫼르소가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 되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이인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뫼르소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본 연구는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폴 리쾨르의 해석학 이론을 빌려 『이인』 텍스트에 대한 해석학적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텍스트에서 뫼르소는 화자이자 주인공으로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뫼르소는 무엇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리쾨르의 용어를 빌리자면, "자기 인식" 혹은 "자기 이해"를 위해서이다. 리쾨르에 따르면, "자기 인식"은 데카르트의 코기토 전통과는 달리 "간접적인" 인식이다. 즉, "자기 인식"은 3중의 매개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자기 행동"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타인들이 자기에게 내리는 "도덕적 평가"를 통해서 자기 인식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의 간접성은, 너무나 우연하게도, 『이인』 텍스트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뫼르소는 "자기 행동의 주체"이고, "자기 이야기의 화자이자 인물"이고, 타인들이 내리는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매개들을 분석하면서 이인 뫼르소의 다르고 특이하면서도 다양한 얼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 얼굴들의 합이 뫼르소의 정체성을 규명해 줄 것이다. 『이인』에 대한 우리의 해석학적 읽기는 뫼르소가 "자기 행동"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도덕적 평가"를 통해서 자기 인식 혹은 자기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상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첫째로, "자기 행동의 주체"로서의 뫼르소에 대해서는 장례식에서의 행동, 살인 행위 그리고 교화 신부에게 퍼붓는 분노 행위 분석을 통해서 뫼르소의 "특이성" 혹은 "이인성(etrangete)"을 확인하고 있다. 장례식의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심함"을 보여주는 "내면 의식"이 비어있는 인간이지만, 자기 육신과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인간이다. 한 마디로, 그는 "육신의 인간(home de chair)"이다. 운명의 날, 그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태양을 이기고자" 그리고 "태양을 떨쳐내고자" 사력을 다한다. 육신이 심각한 위협에 처한 그는 "불가항력(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의미에서)"에 이끌려 아랍인의 칼날에 반사되어 그의 두 눈을 파고드는 태양을 향해 발사한다. 해석학적 차원에서 『이인』 텍스트는 뫼르소가 첫발을 아랍인에게 발사했다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태양을 향해 겨누었다는 해석을 낳게 하도록 되어 있다. "태양을 사랑하는" 그리고 "육체적으로 태양에 종속된" 뫼르소는 태양 살해자이다. 그는 자기의 `사랑`과 `자기의 주인`을 동시에 살해한 "부조리한 인간"이자 "반항인"이다. 사르트르가 지적했듯이, "부조리한 인간은 반항에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다." 교화 신부에게 퍼붓는 분노 행위에서는 "반-기독자"로서의 뫼르소가 삶과 운명에 대한 자신의 모든 생각들을 처음으로 드러내는데, 무엇보다도 이 분노 행위를 통해서 "새 뫼르소(un nouveau Meursault)"가 탄생한다. 둘째로, 뫼르소는 『이인』의 화자이자 인물이다. 화자 뫼르소는 장례 기간 동안 자기 몸의 욕구와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장례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하관 장면은 언급하지 않는다. 자기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화자의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다. 살인 장면에서도 생자의 몸에서 흘러나왔을 붉은 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역시 화자의 전략이다. 마치 그가 살해한 태양은 `피가 없다`라는 것을 암시하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감추기 전략의 대가인 화자 뫼르소는 무엇보다도 자기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치 남에 대해서 얘기하듯이 혹은 남이 자기에 대해서 얘기하듯이 말한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이인』의 "나(je)"는 "그(il)"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 화자가 자기 자신을 `타자(他者)` 혹은 `이인(異人)`으로 만들고 있다. 등장인물로서의 뫼르소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극도로 수동적일 뿐만 아니라 소통 의지가 철저하게 결여된 인간이다. 그래서 어느 누구와도 성공한 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그를 이해하는 인물이 없다. 이런 배경에는 우리가 `등가 윤리(morale egalisatrice)`라고 부르는 그의 철학이 자리 잡고 있고, 그래서 그는 신조어로 표현하자면 `마찬가지주의자(ca-m`est-egaliste)`이다. 이처럼, 그는 사회와의 관계에서 스스로 자기를 낯설게 하는 자이고, 사회가 그를 낯선 자로 만든다. 한 마디로, 이 사회에서 그는 `유별난 인간`, `다른 인간`, `기인(奇人)`이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인간 뫼르소는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자신의 죽음, 즉 "태양을 사랑하는 동물의 육체적 두려움"과 맞서게 된다. 소설 마지막 장의 전반부(후반부는 교화 신부와의 대화에 할애되어 있는데 정확하게 쪽수가 같다)에 묘사된 자신의 죽음과의 처절한 투쟁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뫼르소를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토록 드러내지 않던 그의 내면 사고가 사형 제도에 대한 그의 담론에서 처음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명증한 정신으로 모든 생존가능성(탈출, 상고, 사면)을 하나하나 배제하고 난 후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그래, 나는 죽는다(Eh bien, je mourrai donc)." 이제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죽음을 정복한 자`, 즉 `자기 죽음의 주인`이다. 셋째로, 우리는 타인들, 특히 법조인들(수사 검사, 변호사, 공판 검사)의 뫼르소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분석하고 있다. 이것은 『이인』의 소설구조 자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소설의 1부는 자연인 뫼르소를 기술하고 있고, 2부(1, 3, 4장)는 살인을 저지른 이 자연인 뫼르소에 대한 법조인들의 해석을 담고 있다. 따라서 석학적으로 볼 때, 1부는 읽어야 할 텍스트이고, 2부는 이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법률학은 해석학의 한 분야이고, 법조인들의 작업은 심문과 증언에서 체취한 문서, 즉 텍스트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해석학적 작업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문제는 이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 오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의 원인은, 해석학적 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법조인들이 "텍스트의 의도"가 아니라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공판 검사는 뫼르소를 "도덕적 괴물(un monstre moral)"로 판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인』 텍스트에는 두 뫼르소가 있다. 1부의 뫼르소와 2부의 뫼르소가 있는데, 같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낯설고 다른 자이다. 이런 점에서, 뫼르소는 `이인(異人)`이자 `이인(二人)`이다. 이것은 죄수 뫼르소가 독방에서 자신의 얼굴이 비친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도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뫼르소가 "웃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울 속의 이미지는 "심각하고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상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뮈 자신이 지적한 대로, "『이인』의 의미는 정확하게 2부 구조의 평행관계에 담겨 있다"는 것이 거듭 확인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이인』 텍스트가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의 하나는 뫼르소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는 앞에서 뫼르소가 때로는 보통 사람, 때로는 다른 사람, 때로는 특이한 사람, 때로는 예외적인 인간, 때로는 유일한 인간, 때로는 엉뚱한 인간, 때로는 이인(異人), 때로는 기인(奇人),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낯선 인간, 때로는 사회에 낯선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았고, 게다가 화자 뫼르소와 인물 뫼르소, 1부의 뫼르소와 2부의 뫼르소가 서로에게 이인(異人)이면서 이인(二人)이라는 사실을 보았다. 여기에다 뫼르소 자신이 말하는 "새 뫼르소"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모두에 던진 물음에 대해서 뫼르소는 `이인으로 남은 이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찾아낸 뫼르소의 정체성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이 글의 모두에 명시했던 우리의 해석학적 읽기의 전제, 즉 뫼르소가 "자기 행동"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고 "타인들이 자기에게 내리는 도덕적 평가"를 통해서 자기 인식 혹은 자기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전제의 결과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이론모델을 제공한 폴 리쾨르의 대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타자처럼 자기 자신(Soi-meme comme un autre)". 리쾨르의 이론을 따른다면, 이것이곧 뫼르소의 "이야기 정체성(identite narrative)"일까?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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