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뜨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과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연인』은 소설이라는 장르 안에서 자전적 언술행위를 시도한다. 이 두 작품에서 글 쓰는 행위는 자서전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드러내는 언술행위를 통해 작품 초반부터 형식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쓰기의 자전적 형식화는 또한 동일 인물의 입을 통해 행해진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움직임 속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전적 탐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의해 그 탐구의 방법을 드러낸다. "자아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연인』의 뒤라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은 하나의 길도 아니고, 중심도 아니며, 그저 하나의 비전일 뿐이다". 폴 리쾨르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과거의 지나가버린 변화하는 자아와 영속적인 동일체로서의 자아 사이의 모순과 충돌은 유르스나르와 뒤라스로 하여금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서로 아주 다른 자전적 비전을 제시하게 한다. 유르스나르에게 있어서 자전적 비전은 하드리아누스의 내면적 비전에 부의 역사적 지식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드리아누스는 자기의 자전적 탐구 및 글쓰기를 스스로도 미처 송두리째 인식하지 못하는 낯선 누군가로 자신을 인식한다. 뒤라스에게 있어서 주인공의 내부와 외부 탐색의 촉발제가 되는 것은 바로 소녀의 얼굴과 소녀가 쓰고 다니던 남자의 중절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자전적 비전을 통해, 경험한 시간과 사물의 영속성 사이에서 `본질`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본질`이야말로 자전적 개인을 불변의 존재이자 기억할만한 존재로 위치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고, 적어도 자기 역사의 설립자로서 자리매김 시키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본질`이라는 개념 다음에 강조되는 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를 매개로 출발 시에 제공된 자전적 본질의 순수한 확장으로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론적으로, 연대기적이고 변증법적인 원칙 속에서 자전적 역사는 자아본질의 심화이자 확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