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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세잔의 회화기법과 클로드 시몽의 파편화 fragmentation 글쓰기
Litterature Francaise : La facture picturale de Cezanne et L`ecriture de La fragmentation chez Claude Simon
문혜영 ( Hye Young Moon )
불어불문학연구 81권 251-285(35pages)
UCI I410-ECN-0102-2012-760-000897621

새로운 서술성으로서 클로드 시몽의 글쓰기는 파편적인 묘사를 통해 소설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의를 갖는다. 누보로망 이후 일관된 줄거리가 배제된 소설형식은 클로드 시몽에 와서 묘사들의 파편으로 이루어져 이로부터 생성되는 여러 이미지의 조합이 작품의 의미를 형성한다. 다양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시몽의 작품들은 시각예술, 다시 말해 회화, 사진, 영화와의 상호적인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특히, 회화는 글쓰기 과정에 대한 성찰의 기본바탕 topos을 이룬다. "나는 그림을 그리듯이 작업을 한다"라는 시몽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회화는 시몽의 글쓰기의 기본적인 특징이 된다. 실제로 클로드 시몽은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는데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주요 화가들 가운데, 특히 세잔은 시몽의 글쓰기에 있어 "보호적인 형상"이며, 창조적 실체의 중요한 참조 referent가 된다. 창작의 의미나 창작과정에 대한 성찰에 있어서 시몽과 세잔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세잔은 `인상 impression`이 주는 불안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자연에 존재하는 사물들의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눈`과 `뇌`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눈을 통해 지각된 자연의 풍경이 뇌에서 감각의 질서에 따라 정돈된다고 보았다. 시몽의 글쓰기도 눈으로 지각된 이미지들의 미세한 변화와 반복의 상호작용을 통해 총체적 의미를 구성한다. 이처럼 두 예술가의 창작기법은 `지각 perception`과 `감각 sensation`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세잔은 후기로 갈수록 지각의 변화에 따른 자연과 사물의 변화를 그림으로써 실제 이미지와 화가의 내면세계의 변화가 구축하는 파편적 순간을 재현하였다. 시몽 역시 불안정한 지각을 통해 인지된 파편적 이미지를 감각을 통해 조합하면서 작가의 복합적인 내면의 변화를 기술하였다. 특히 인간의 지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지각을 통해 인지된 것들은 전체적인 선이나 몇 가지 색깔, 희미한 형태 등 파편으로 기억되며, 지성을 통해 보완되고 완성된다. 시몽의 소설이 파편적인 묘사의 조각조각난 이미지들을 정립하면서 하나의 전체적 이미지를 구성하게 된 것도 이러한 지각의 불안 때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세잔이 구축한 `변조`와 `기하학적 도형을 통한 다양한 구도`라는 회화기법은 시몽의 글쓰기에 오면 불연속적 이미지에 새로운 일관성을 부여함으로써 하나의 의미망을 구축한다. 세잔은 파편화된 이미지를 "조화의 법칙 loi d`harmonie"을 통해 조합하였는데 시몽 역시 다양한 묘사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어떤 조화 certaine harmonie"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주제와 의미망을 재구성 한다. 이는 퍼즐의 원리로서, 분산된 각 조각들이 서로 맞추어졌을 완성된 이미지를 보는 것과 같다. 1973년의 『삼부작 Triptytique』은 이러한 기법을 드러낸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소설은 각각 「시골 la campagne」, 「교외의 공장지대 la banlieue industrielle」, 「해수욕장 la station balenaire」의 세 가지 픽션으로 이루어졌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공간적으로 서로 대치된다. 각 픽션의 장면들은 서로 교차되어" 액자소설 mise en abime"의 형식을 띠면서"이야기 recit"를 공간화 하는 방식이 된다. 이러한 액자소설의 방식은 "반사성 reflexivite"을 소설의 중요한 특성으로 내세워 이야기 자체의 시간성을 소멸시킨다. 마치 거울의 효과처럼 이러한 형식은 "유사성의 효과 effet des similitudes"를 통해 상반된 이미지에 연관성을 부여하게 된다. 작품 후반부의 "퍼즐"의 암시에서 알 수 있듯이 시몽의 파편적 글쓰기는 흩어진 퍼즐조각을 정성스럽게 맞추면서 하나의 완성된 풍경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시몽의 고유한 글쓰기 기법으로서, 이는 시간적 개념의 소설형식에 "동시성 simultaneite"의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세잔의 회화 기법을 토대로 한 시몽의 글쓰기는 결국 "만들고, 찾아내고, 발견하고, 전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불연속적인 묘사의 파편들의 이미지망을 통해 저자가 묘사하는 "내적 풍경 paysage interieur"의 의미를 발견해내는 것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 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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