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69.107.177
35.169.107.177
close menu
KCI 등재
사드의 독자, 플로베르의 웃음
Litterature Francaise : Le rire de Flaubert, Lecteur de Sade
오영주 ( Young Ju Oh )
불어불문학연구 81권 287-310(24pages)
UCI I410-ECN-0102-2012-760-001021467

19세기는 `지옥의 작가` 사드를 금서감옥 속에 가두었다. 그러나 유황불의 지독한 연기는 감옥을 새어나와 많은 작가들을 사로잡았고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영향의 구체적인 양상을 확인할 길은 없는데, 후작의 이름은 사적 글쓰기에서조차 검열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플로베르의 편지들은, 자발적인 소각과 사후의 소실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드의 꾸준하고 열광적인 독자였음을 보여준다. 플로베르는 사드에게서 무엇을 읽었으며 왜 그를 `스승`으로 간주했을까? 플로베르의 사드 읽기는 두 시기로 뚜렷이 나뉜다. 1839년 최초로 등장한 사드의 이름은 1845년 이후 약 10년 동안 자취를 감추는데, 이 공백 이전과 이후가 그것이다. 첫 시기의 특징은 `심각한 사드`라 부를 수 있다. 젊은 플로베르에게 사드는 무엇보다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한 것을 소리 높여 말한, 인간의 심연에서 부글거리는 어두운 힘을 백주에 드러내면서 당대의 위선적인 부르주아 도덕에 철퇴를 가한 작가였다. 사드의 악마주의에 매료되었던 이 시기의 독서는 `광란의 낭만주의`의 사드 독법과 구별되지 않는데, 낭만주의자들에게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플로베르에게 사드는 범죄와 타락을 시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최초의 시인이었던 것이다. 『마담 보바리』의 출판 직전부터 말년까지 쓴 편지에서 사드는 시종일관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작품의 작가로 등장한다. 플로베르는 수신자와 자신을 사드의 인물에 비유하고 패러디하면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토해낸다. "이는 내가 만난 가장 유쾌한 어리석음이다", "악한 인물 중에서 오직 사드후작의 인물들만이 나를 웃게 한다"는 그의 말은 이 폭소의 의미를 풀 한 열쇠를 제공한다. 사드의 세계는 어리석다. 그러나 사드의 어리석음은 부르주아 사회에 만연한, 일상적인, 고정관념의 기계적인 반복으로 점철된 `소극적인 어리석음`을 여지없이 짓밟아버리는 `적극적인 어리석음`이라는 점에서 유쾌하다는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받는다. 두 번째 시기의 독서를 특징짓는 웃음은 플로베르가 자신의 낭만주의를 극복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더 이상 사드의 텍스트를 `재현`의 맥락에서 읽지 않았음을, 사드의 리베르탱들을 작가의 대변인으로 간주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실 범죄의 쾌락을 위해 세상에 대해 절대권을 행사하는 사드의 리베르탱과 달리, 사드는 사회적 도덕적 영향력을 전적으로 박탈당한 채글을 썼다. 이러한 글쓰기의 조건과 사드의 언어가 보여주는 특이함은 무관하지 않을 터인데, 사드의 언어는 도덕을 설파하는 작가들 혹은 그 담론이 아무리 반사회적이라 할지라도 사회의 게임 규칙 내에서 결국 정체성을 세우는 작가들의 언어와 대척점에 있다. 다시 말해 사드 텍스트의 최종 심급에서 말하는 자는 작가의 자아가 아니라, `비인칭의` 자아인 것이다. 허구의 차원에서 말해지는 것과 현실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 사이에 건널 수 없는 단절을 가져온 `감옥의 레토릭`에 의해 사드는 푸코가 언어 자체 혹은 언어의 자율적인 권능으로의 회귀로 특징지었던 현대 문학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고, 바로 이 지점에서 플로베르는 사드에게서 `스승`의 모습을 보았을 터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