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원류』 초기본의 흔적을 강하게 남기고 있는 것은 <육당본> <프랑스본>이다. 이들 가집에서 발견한 초기본의 모습들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저본 『지음』의 악곡별 작품들을 재배치했다. 먼저 연창순서에 따라 전체 체제를 조정했고, 추가되는 작품들은 주로 ``계면조 이삭대엽과 파생곡``에 집중 배치했다. 다음은 저본 작품 중 일부 사설의 악곡을 변경시켰다. 이는 편자가 지닌 자신감 있는 노래해석의 표현이었다. 특히 ``사설과 악곡``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던 ``계면조 중거·평거``는 악곡을 나누지 않고 124수 사설을 하나로 묶어두었다. 이 중 일부 사설에는 악곡지정 메모를 남겼다. 이는 ``사설과 악곡``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 둘째, 일부 사설은 두 개 악곡으로 동시에 부를 수 있도록 중복 수록했다. 이 현상은 특히 여창을 위해 남창사설을 대거 가져온 것에서 두드러진 양상을 보인다. 이는 노래해석에 대한 편자들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셋째, 가곡 성악보인 연음표를 여창 일부 사설들에 남겼다. 연음표는 본가곡 악곡에 고루 분포되었지만, 매우 성글게 그려졌다. 악보 그리기의 첫 시도를 볼 수 있다. 이상 발견한 사실들은 『가곡원류』 발문에서 말한 편집의도의 첫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완벽함을 구비하지 못했지만, 편집의도가 이미 초기본에서부터 시도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육당본> <프랑스본>은 초기본 자체는 아니다. 후대에 재필사되었지만, 여전히 초기본의 모습을 그대로 지녔다. 이는 가집 유통은 완성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당대 노래실상에 맞는 가집이기만 하면 좋은 텍스트로 인정되고 향유되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