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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시 속에의 시체 묘사 -보들레르와 벤의 비교 고찰
La description du cadavre en poesie -etude comparative de Charles Baudelaire et Gottfried Benn
김시몽 ( Si Mon Kim )
불어불문학연구 85권 129-151(23pages)
UCI I410-ECN-0102-2012-700-002411045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발간된 당시 큰 논란을 일으킨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시집의 불건전한 성향 때문이었는데, 이 불건전함을 대표하는 시가 시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한 시체Une charogne」이다. 이 시는 오랫동안 시집 『악의 꽃』전체를 상징하는 시로 평가받아왔고, 그것은 바로 보들레르가 『악의 꽃』속에서 다루는 테마들이 이 시를 통해서 극단적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시의 방향을 잡아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악의 꽃』발간 당시, 다수의 프랑스 시인들은 물론 주변 유럽의 시인들이 보들레르의 시집에서, 특히 「한 시체」라는 시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20세기 초의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의 초기 시들을 살펴보면 보들레르 풍의 시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시체공시장. 기타』(1912)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고트프리트 벤의 시집은 보들레르에게서 받은 영향을 승화시켜 그의 근대성을 한 단계 더 높였다고 평가된다. 고트프리트 벤의 시집 『시체공시장. 기타』가 발간된 당시, 그의 시집은 『악의 꽃』에 버금가는 혹평과 비판을 받으면서 독일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다. 본 논문에서는, 시체를 마치 의학적 보고서처럼 묘사 했던 벤과 보들레르의 시를 비교해 봄으로써 그들이 근대시에 미친 영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들레르와 벤이 시를 쓴 상황은, 그 역사적 시점은 다르지만 사회·문화적 조건은 흡사했다. 보들레르가 1848년 혁명의 실패로 인한 환멸과 낭만주의의 과도한 서정성에 거슬러 죽음의 현실을 꾸밈없이 드러내려 한 것과 마찬가지로, 벤은 빌헬름제국의 자본주의 속에서 흥행하고 있는 신낭만주의의 위선적 서정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불건전한 주제에 객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낭만적 자아의 과시를 깨뜨리고자 한 벤은, 예를 들어 「아름다운 청춘Schone Jugend」이라는 시에서 사람의 시체는 인간의 흔적이 사라진 물건으로 그려지고 반면 그 시체를 뜯어먹는 쥐들은 오히려 생기 있게 그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보들레르의 「한 시체」도 시인이 여인에게 너도 죽으면 한 시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얼핏 보면 보들레르 시의 결말이 메멘토 모리의 전통을 이어준다고 할 수 있지만, 시체 앞에서 죽기 전에 삶을 즐기자는 이야기보다는 죽음의 실상을 확인할 뿐이다. 벤은 이보다 더 나아가 니체가 주장한 신의 죽음을 확인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벤과 보들레르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점이다. 보들레르의 시집은 선과 악, 미와 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제시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이 종교의 틀 안에서 제시된다. 보들레르가 사탄을 앞세울 때조차도 그는 기독교적 사고 속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벤의 경우는 신이 사라진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벤에게서 신의 죽음으로 인한 실존주의적인 허무를 견디기 위해 제시된 것은, 보들레르가 윤리적인 허무를 견디기 위해 제시한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로 예술이다. 실존주의적 허무를 그린 『시체공시장. 기타』이후의 벤의 후기 창작 시들은 소위 절대시라는 이름으로 순수문학의 우월성을 주장한다. 이는 보들레르가 결국 예술[시]창작으로 인해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고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 이다. 결론적으로, 시의 근대성을 이룬 이 두 시인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양차대전을 거친 20세기의 비극과 마주 칠 근대문학의 특징적인 성격, 즉 허무주의와 예술적 승화를 통한 극복이라는 특징들을 이들의 작품 속에서 미리 공통적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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