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들레르를 연구하면서 아리만과 오르므즈드 신화를 거론하게 된 까닭은 우선 시인 자신이 이 이란의 고대 신화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에도 그노시스 종파의 가장 오래된 이 신화가 그의 사상을 풀어줄 수 있는 확실한 실마리가 된다고 집착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일관성이 결여된 듯이 보이는 시인의 생각이 이 신화의 변모과정을 통해 검토될 때 보다 용이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따라서 연구의 순서는 우선 주제의 타당성을 간단히 밝히고 나서, 이 신화의 본래의 모습과 이에 대한 보들레르 나름의 해석을 함께 검토하면서 시인의 생각을 얻고자 한다. 마지막 작업은 여기서 걸러진 시인의 생각이 그의 작품에 어떤 형식으로 반영되고 있는가를 살피는 일이 당연한 순서이지만 이것은 지면 관계상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그 검토 대상을 보들레르가 구사한 예술비평론 중에서도 특히 그의 문학 비평 정신에 국한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