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의 영역에서 청대에 크게 성행한 자제서 장르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다. 본문에서는 홍루몽 원작 소설의 일부 대목을 소재로 하여 엮은 자제서 노루연을 대상으로, 홍루몽 이야기의 변용 양상 및 그 문화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비교적 충실하게 원작 홍루몽을 계승한 여타 소설과 희곡에 비해 홍루몽 자제서는 그 수용 과정에서 표현의 솔직함과 소박함 등의 특징을 보이며 독자적인 장르를 이루어나갔다. 내용과 형식양면에서의 비교를 통해, 내용의 통속적인 성격과 세부 묘사에서의 수사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자제서는 시대적 맥락에 의해 원작에 비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데 대중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이 있는 한편, 편폭 면에서의 단편화와 언어 사용 면에서의 구어화 등의 특징을 갖는다. 자제서의 텍스트가 다른 연창 장르에 비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좀 더 통속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대중의 기대와 기호에 부응하는 것으로, 민중의 정서에 부합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전승 과정에서 일부가 보태어지거나 빠지게 되는데 이것 또한 구전문학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통속성은 불가피하나 설창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것으로 자제서에서도 빠질 수 없는 특징이다. 강창의 민간문학으로서의 의의는 변용된 문헌의 문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변화해가는 텍스트의 내용을 해석하여 왜 그렇게 변하게 되는가 하는 것을 시대조류와 사회통념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대륙에서는 자제서의 강창문학으로서의 의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여 주제의식의 통속화나 표현의 저속함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해버린 점이 있다. 본문에서는 그동안 간과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으로 홍루몽 자제서가 갖는 독자적인 자리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며, 고정된 텍스트가 아닌 전승 맥락을 고려한 텍스트 읽기에 의미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