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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형상과 기형 -디드로의 회화 이론과 미학 사상 연구
La forme et La difformite -Une etude de L`esthetique picturale diderotienne
이충훈 ( Choong Hoon Lee )
불어불문학연구 90권 285-312(28pages)
UCI I410-ECN-0102-2012-860-003126480

중세사상의 토대를 이루는 스콜라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에 따라 보편적 본질은 개개의 존재에 내재하고 이들 존재는 보편적 본질이라는 최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간다고 보았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개체의 본성은 그 개체가 일시적으로 드러내는 형상에 있지 않고 종(種)을 구성하는 공통 특질에 달렸다. 르네상스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을 회화이론에 적용한 미술 이론가들은 모방의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그려서는 안 되고 대상의 본성을 고려하여 미화(美化)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회화 및 예술 이론은 18세기 중반에도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특히 아카데미 회원 샤를 바퇴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기반으로 삼아 모든 예술의 원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은 결함을 가졌으므로 이를 있는 그대로 모방해서는 안 되고, 개별 존재에 내재한 본질적 형상을 파악하여 이를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예술의 목적이 아름다움을 창조하여 미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있다고 한다면 개별 존재들을 기계적으로 모방하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이들 존재에 앞서 영원히 존재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그러나 아카데미에서 내세우는 이상적 아름다움의 기준과 취향이 공식화될 때 화가들의 창조적 작업은 제한 받고 고대와 현대의 거장이 이룩한 스타일을 단순 모방하는데 그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정에서 드니 디드로는 아카데미에서 개최한 일련의 살롱 전에 대한 미술평론을 쓰면서 아카데미에서 인정받았던 화가들의 매너리즘을 공격하는 한편,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한 화가들을 옹호하고자 했다. 특히 디드로는 『1765년의 살롱』의 후속으로 쓴 『회화론』에서 아카데미의 공식 이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당대 천재 화가들의 미학적 성취를 이론화하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 시기 디드로 회화이론에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형상을 추구하고자 했던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 추하고 기형적인 형상조차 재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점이다. 이미 초기 저작에서 부터 당대의 낡은 철학 사상을 경험적이고 실험적인 자연 철학으로 대체하고자 노력했던 디드로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자연에는 어떠한 궁극 목적도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개별 존재는 종개념으로 추상화되어서는 안 되고 철학자는 물론 예술가들 역시 이들 존재 자체를 구성하는 내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괴물은 자연 질서의 일탈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존재의 다양성으로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화가는 오로지 대가로 인정받은 전임자의 기교를 따르고 이를 모방하는 대신,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끈기 있게 관찰하여 대상의 내적 연관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관람자가 마치 실제의 자연을 대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효과를 살려내야 한다고 보았다. 예술가의 천재와 미적 감식안을 조화시키려고 했던 바퇴와 달리 디드로는 천재와 취향이 대립하는 지점을 살피며 바로 이곳을 새로운 미학이 형성되는 지점으로 보았다. 디드로에 따르면 예술은 실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화된 자연을 상상하여 구현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단순히 모방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새로운 자연을 창조해야 하며, 그럴 때 비록 재현의 대상이 추하고 일그러진 기형의 모습일지라도 예술 작품에서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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