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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고뇌하는 인간의 위대함 고찰 -알프레드 드 비니의 『운명 시집 Les Destinees』 -
La grandeur de l`homme qui souffre dans Les Destinees d`Alfred de Vigny
김현아 ( Hyeon A Kim )
불어불문학연구 96권 85-103(19pages)
UCI I410-ECN-0102-2014-700-001473098

문학작품은 작가의 삶을 반영한다. 알프레드 드 비니 또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서사시 『운명 시집』 집필 당시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이어 사랑하는 여인 마리 도르발(Marie Dorval)과의 관계마저 파경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수차례의 낙선으로 그의 정치적 야심은 좌절되고, 프랑스 학술원(Academie Francaise)에서의 입지 또한 흔들리게 된다. 시인이 처한 숙명적 환경은 공포심과 고통을 야기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그의 의지는 숭고하다. 알프레드 드 비니의 『운명 시집』에는 시인의 숭고한 정신이 고스란히 감지된다. 따라서 필자는 『운명 시집』을 롱기누스의 (Pseudo-Longin), 버크(Burke), 실러(Schiller), 헤겔(Hegle)의 숭고(sublime)사상을 통해 고찰할 것이다. 특히 운명에 사로잡힌 인간, 여인의 헛된 사랑, 시-정의로운 신, 세 가지 측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위대함을 부각시킬 것이다. 비니는 그의 시 「운명 Les Destinees」에서 운명의 불가항력에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유한성을 드러낸다. 반면에 무시무시한 운명은 비굴한 인간을 가차 없이 짓밟아버린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 또한 적대적으로 다가온다. 「완다 Wanda」에서 러시아 공주는 시베리아 벌판의 추위, 암흑, 적막감만이 감도는 사막과 같은 이미지에 압도당한다. 버크는 공포를 유발할 만큼 끔찍한 고독, 추위, 암흑은 숭고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편, 「감람산 Le Mont des Oliviers」에서 운명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한 인간은 신에 의지하려 하지만 신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존재인 신은 그 자체로 숭고하다. 비참한 인간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사랑의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목자의 집 La Maison du Berger」에서 에바(Eva)라는 이상적인 여인과의 사랑의 도취(extase)는 그리스 철학자 위-롱기누스가 주장한 숭고한 감정인 환희(enthousiasme)이다. 에바는 인간의 번민에 귀 기울이며 희생적 사랑의 귀감이 된다. 하지만 에바의 사랑마저도 운명의 위협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삼손의 분노 La Colere de Samson」에서는 여인에 대한 저주와 불신이 잘 드러나는데, 삼손이 갈구하는 사랑은 에로틱하기 보다는 모성애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에바와 데릴라(Dalila)의 배반으로 사랑의 기쁨은 악몽으로 변한다. 불행한 인간이 갈구하는 신과 사랑에 대한 꿈은 덧없이 사라지고야 만다. 하지만 시인은 비극적 상황과 그 공포를 불굴의 의지로 대면한다. 고통을 정신력으로 승화한 그의 태도에서 실러가 강조한 품위(dignite)가 느껴진다. 비니는 범접할 수 없는 신보다는 인간 번뇌와 불변의 가치를 담은 시를 통해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되새긴다. 「바다에 던진 병 La Bouteille a la Mer」에서 처럼 시는 천상의 영감과 인간 이성의 조화로운 결정체이다. 시는 영적인 고양(elevation spirituelle)을 가능케 한 것으로 이것은 위-롱기누스가 강조한 숭고사상이다. 이는 인간이 예술로 인해 신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헤겔의 철학과도 통한다. 「순수한 정신 L`Esprit Pur」에서는 시간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영원한 가치를 후손에게 전해주려는 사명감도 감지된다. 비니는 시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승화하는 고귀한 인간상을 몸소 실천한다. 그가 추구하는 이상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숙명에 거부하지 않고 극기하는 지혜가 빛을 발한다. 그에게 고통은 섬세한 감수성을 빛나게 하는 문학적 보고(tresor)이자 숭고함의 원천이다. 『운명 시집』은 인간적 고뇌를 승화하여 천상의 이상을 구현한 위대한 유산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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