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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몬느와 로빈슨 텍스트 상호성의 일례-
Meaulnes et Robinson -un exemple de l’intertextualite-
이재욱 ( Jae Wook Lee )
불어불문학연구 96권 189-213(25pages)
UCI I410-ECN-0102-2014-700-001473134

알랭 푸르니에의 여동생 이자벨이 열거한 그들의 유년기 애독서들 가운데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텍스트 상호성 차원에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푸르니에의 유일한 소설 『르 그랑 몬느』의 1부 3장의 제목, ‘나는 광주리 만드는 곳을 자주 찾았다’는 『로빈슨 크루소』 한 구절의 인용이다. 이는 소설 창작 과정에서 상기된 유년기 독서 기억의 명백한 증거다. 이 장의 제목이 인용부호 안에 들어간 것을 볼 때 저자 역시 이 점을 부인하고 있지 않다. 이 같은 관찰에서 출발한 본고의 텍스트 상호성 연구는 장면 또는 표현의 변환을 고찰하는 비교방법을 지양하고 두 소설이 어떤 동일한 테마에서 만나고 있는지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 『로빈슨 크루소』의 청소년을 위한 여러 번역 판본 중 푸르니에가 접한 번역본에 관한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변환 차원에서 비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성인이 되어 그가 『로빈슨 크루소』의 완역본을 읽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비교 방법론의 한 한계다. 비교 대상인 두 소설의 각각의 주인공인 몬느와 로빈슨의 모험을 동기, 과정, 도달점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이 두 여정 사이의 여러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 예로 로빈슨을 망망대해로 이끈 것은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강권하며 그를 통해 자신을 닮을 것을 요구하는 소부르조아 아버지에 대한 반발이자 ‘단숨에 출세하여’ 그를 능가하겠다는 아들의 경쟁심이다. 한편, 아버지가 없는 몬느에게는 위탁된 집의 가장이자 그의 선생인 쇠렐씨가 부친의 대리격이다. 교권에 반항하여 솔로뉴의 숲에서 길을 잃으며 시작되는 그의 모험의 동기는 따라서 로빈슨의 경우와 유사성이 있다. 프랑스 내륙지방이 무대인 『르 그랑 몬느』 속에 바다의 이미지가 은유적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 또한 두 소설의 텍스트 상호성을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몬느의 모험이 항해에 비유되는 것은 한때 해군장교를 열망했던 알랭 푸르니에의 꿈이 소설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좌절되고 만 이 꿈이 평범한 시골 교사였던 그의 아버지의 삶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면 그의 소설의 주인공은 이 점에서도 로빈슨의 정신적 형제다. 문학작품의 비교연구는 한 작품이 다른 작품에 끼친 영향, 차용 또는 표절 여부, 같은 주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두 작가의 미학의 차이 등, 여러 것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르 그랑 몬느』와 『로빈슨 크루소』의 텍스트 상호성 연구는 이러한 방법론이 또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두 작품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한 작가의 무의식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프로이트가 말하는 ‘가족소설’의 한 전형적 현신으로 보는 마르트 로베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디포의 이 모험소설에 대한 알랭 푸르니에의 특별한 애착과 의식적, 무의식적 차용은 그의 치유되지 않은 외디프스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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