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coluto란 부주의와 오류에 의해 발생한 문법성이 결여된 파격구문으로서 현대서어에서는 아예 학문적 연구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중세서어는 모든 텍스트에 파격구문의 규칙적인 등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단순히 오류에 의한 결과로 취급하는 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파격구문은 중세서어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조이다. 이렇게 하나의 구조에 대한 두 언어의 상반된 시각은 문장(흑은 담화)를 구성하는 통사규칙이 각 언어에서 전혀 다른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한다. 현대서어는 주어와 동사간의 문법적 관계에 의해 문장을 구성하지만 중세서어는 화제와 논평의 관계에 의해 구성된 문장을 갖는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이 파격구문은 중세서어 뿐만 아니라 화용적 규칙에 의존하는 어순을 갖는 다른 언어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볼 때 비문법적이라 판단되는 문장이 역사서술이나 법률 문헌 등에서 고루 사용되었던게 중세서어이다. 담화나 문장의 발화시 앞으로 말하려고 하는 대상(화제)를 미리 제시하는 일은 그것에 대한 문법적 기능을 미처 고려하지않은채로 이루어졌고 논평부에 가서야 앞서 제시한 화제의 진정한 문법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형태를 보이는 파격구문은 현대서어에서는 모두 좌측전위구문으로 대체되었다. 즉 현대서어는 화제를 제시하기에 앞서 그에 대한 문법적 고려가 이미 완벽하게 수행된 구조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세에서 현대까지의 통시적 기술은 화제 중심의 화용적 구문이 주어 중심의 문법적 구문으로 대체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