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1월부터 10월까지 10회에 걸쳐서 종합문예지 『신초』에 연재된 미시마유키오의 『금각사』는 애당초 수기라는 형태를 염두에 두고 구상된 소설이다. 그러나 작품의 후반에 이르면, 수기가 아니라 방화범이 직접 사건의 전말을 독자들에게 구술로 들려주는 ``가타리(語り)``와도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특히 작품의 후반부인 제8장에서 마지막인 10장까지는 마치 화술이 뛰어난 화자가 다소 흥분된 상태에서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듯한 분위기조차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이 화자의 독백이건 수기이건, 국보인 금각에 불을 지른 범죄자의 고백임에는 틀림없기에, 작중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범죄에 대한 참회나 개전의 정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제1장의 첫 부분에 보이는 담담한 분위기의 문장에서는 별다른 위화감 없이 작품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지만, 주인공이 방화를 결심하고 그 방화의 당위성에 대한 확신을 지니는 후반부부터는, 이 작품이 과거의 범죄행위를 참회하는 수기가 아니라,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하며 위업을 달성한 인간의 회고록처럼 변모해 버린다. 특히 마지막의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 한 모금을 피우는 사람들이 자주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라는 문장은, 이것이 현재진행형의 구술이라면 용서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범죄자의 수기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참회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어째서 400년 이상이나 된 국보에 불을 지른 범죄행위가 ``일을 하나 끝낸 것``으로 회상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방화범이 정신이상자라면 듣는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서두부터 논리정연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온 것으로 미루어 화자는 극히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마지막 문구가 지니는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내기 위해서, 방화범 하야시 요켄에 관한 이력과, 『금각사』의 주인공 ``나``와 관련된 기술을 발췌비교하고, 그 유사점 및 상위점을 통하여, 작품 속에 숨겨진 작자의 진정한 의도를 고찰해 보았다. 또한 작품을 잡지에 연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외의 두 사건, 즉 육체미운동을 통하여 작가가 획득한 육체적 자신감과 모델 하야시 요켄의 죽음이 작품의 결말에 미친 영향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잡지 연재 당시, 본래의 구상과는 달리 다소의 변경이 있었으며,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는 문구에는 생에 대한 중층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