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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슌킨쇼』의 몇 가지 문제점
『春琴抄』における幾つかの問題点
허호
UCI I410-ECN-0102-2015-800-002096289

1933년 6월호 『中央公論』에 발표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대표작 『슌킨쇼(春琴抄)』는 관동대지진을 계기로 다니자키가 간사이지방으로 이주한지 10년째 되던 해에 발표한 작품이다. 이미 간사이지방의 풍습이나 전통 및 언어 등에 익숙해진 다니자키는 고전문학과 예능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슌킨쇼』를 완성시켜, 다니자키문학만이 아니라 일본근대문학의 정점에 서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다니자키는 『슌킨쇼』보다 2년전에 발표된 『맹목이야기(盲目物語)』의 경험을 살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슌킨쇼』를 완성시켰던 듯하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슌킨쇼』의 작품구조를 간략히 소개함과 동시에 도표를 만들고, 그것을 참고하면서 작품이 안고 있는 몇 가지의 문제점에 관해서 고찰해봤다. 우선 다니자키는 『슌킨쇼』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하여 작품의 서두에서 주인공들의 묘지를 소개하고 이어서 『모즈야슌킨전(격屋春琴傳)』이라는 허구의 책자와 증인들의 이야기 등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고전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현대와 접목시키는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방법은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작품 속에 설치된 장치라는 의미에서 맹목의 의미와 화상에 관해서 고찰해 보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빼어난 용모와 음악에 관한 천부적 소질을 지니고 있는 슌킨이 하인 사스케와 맺어지려면 그녀에게는 상당한 약점이 있어야 하기에, 작품에서는 그 약점을 맹목으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스케에게는 맹목의 슌킨이 오히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에, 비천한 신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대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후반에 이르러 슌킨이 얼굴에 화상을 입는 장면을 둘러싸고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로 일본문단이 한 동안 술렁거렸지만, 본 논문에서는 범인색출보다 는, 어째서 슌킨의 미모가 후반에 이르러 훼손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을 고찰해봤다. 결론적으로 『슌킨쇼』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며, 그 이유는 나이어린 소년 소녀의 이야기로부터 영원한 여인상을 만들어내기까지 무리하게 이야기를 통일시키려 했던 탓이라 하겠다. 또한 “영원한 여인상”이 지니는 모순점도 아울러 언급해 보았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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