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냥꾼의 수기』 에 실린 4편의 단편, 「예르몰라이와 물방앗간 여주인」, 「밀회」, 「시치그로프군(郡)의 햄릿」, 「살아있는 유해」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사랑의 정열에 사로잡힌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 속에 암시적으로 등장하는 ‘새’의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투르게네프의 사랑이야기에 나타나는 공통의 주제가 무엇인가를 밝히려고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먼저 투르게네프의 문학에 많이 나타나는 사랑의 정열에 사로잡힌 여성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새의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먼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의 형상이 사랑이야기의 주요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냥꾼의 수기』속의 4 단편의 텍스트 분석을 시도하였다. 4편의 사랑이야기의 여주인공들은 투르게네프의 다른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정열에 사로잡힌 여주인공처럼 모두 활력에 가득 찬 가운데 행복한 사랑의 성취를 열망하는 여성들이며,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비상하려는 이들의 염원은 새의 날개로 상징되고 있다. 이 여주인공들은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한 희생을 주저하지 않는 여성들이거나, 혹은 그러한 사랑의 결핍 때문에 점차로 파멸당하는 여성,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서 지상에서의 사랑을 잃어버린 후에 천국에서의 사랑을 갈망하는 인물이다. 4편의 이야기 중에서 신분이 같은 인물들 간의 사랑의 이야기의 경우는 운명의 장난에 의해서, 신분이 다른 인물들 간의 사랑이야기의 경우는 행복한 사랑의 비상을 허용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농노제의 장벽에 의해서 행복한 사랑으로의 비상은 좌절된다. 농노제의장벽 때문에 비상에의 좌절이 이루어지는 이야기 중에서 서사가 액자구성과 화자의 직접서사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더 강하게 전달되고 있으며, 서사가 화자의 직접서사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메시지가 숨겨진 암시 속에 전달된다. 이렇게 볼 때, 새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사랑이야기에는 행복한 사랑의 추구를 위한 여성의 비상은 궁극적으로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암시적인 메시지가 담겨있고, 바로 이러한 암시적 메시지 때문에 작품 속의 슬픈 서정이 증폭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