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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 표현의 자유의 한계
송지은 , 백원우 , 공역 , 고타니준코
공익과 인권 15권 399-420(22pages)
UCI I410-ECN-0102-2016-340-000272891

지금까지 표현에 대한 규제는 주로 반정부표현 규제나 부도덕표현 규제 등 국가의 국민에 대한 억압의 형태로 논의되었고 이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노력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수호되어 왔다. 세계인권선언 제18조, 제19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조약 제 1007호, 발효 1990. 7. 10.) 제19조는 물론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양심, 종교, 언론, 출판, 학문, 예술 등을 아우르는 넓은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이렇듯 표현의 자유가 개인의 인권과 직결된 기본권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의 흐름은 지금까지 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소위 ‘일베’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성, 지역, 민주화운동 등에 대해 혐오를 드러내는 게시물들이 성행하면서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는데, 그러한 혐오표현이 당연히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자정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표현의 수위가 높아짐은 물론 양적으로도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는 ‘혐오를 표현할 권리’를 주장하며 사회적 소수자에대해 공공연히 혐오를 드러내는 이들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거리낌 없이 혐오를 표현하는 행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혐오표현은 주로 그 대상이 되는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직접적 해악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나쁜 표현’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규제를 둘러싼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해 형사처벌로 해결하는 광범위 규제를 취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혐오발언을 형사처벌하는 법률에 위헌을 선고하여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면서도, 인종을 동기로 한 범죄에 형벌을 가중하는 법률(헤이트크라임법)은 연방대법원에서 합헌으로 판단되었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1 이에더해,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나서서 인종차별이나 종교차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허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종종 표명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혐오표현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이러한 규제내용을 담은 「차별금지법」 등의 입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으나 아직까지 혐오표현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억제할 법적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토론과 사회적 반성을 통한 자정작용, 혹은 집행부에 의한 소수자 보호 의지 천명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에서 마침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 매우 유의미한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2014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보수적인 사상·신조를 표방하는 단체인 ‘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 등(일명 ‘재특회 등’)에 대해 교토 조선학교에 약 1200만 엔(약 1억 1167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학교 주변 반경 200m 이내의 가두선전을 금지할 것을 명하는 민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형사상으로는 위력업무방해, 기물훼손 및 모욕죄 등으로 기소되어 2011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대체 일개의 ‘시민모임’이 무슨 일을 했기에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지게 된 것일까. “2009년 12월, 교토시내의 조선학교 주변에 집합한 피고인들 11명은 일본국기 및 ‘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 모임’, ‘주권회복을 위한 모임’이라고 씌어 있는 깃발을 들고, 학교 교장을 향하여 ‘확성기를 사용하여 모욕적 언사(필자주: 예 ‘병신같은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쫓아내자. 우리를 만만히 보지마라. 쫓아내자.’, ‘일본에서 떠나라. 아이들이면 다냐. 이것들, 너희는 스파이의 자식이 아니냐.’, ‘조선야쿠자.’ 등)2를 반복하여 크게 외치고 축구 골대를 넘어트리거나 조례대를 움직여 집요하게 빼앗으려고 하는 등’을 한 것 외에, 배선코드를 절단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 게다가 2010년 4월, 피고인들 16명은 도쿠시마현 교직원조합이 조선학교에 지원금을 전달한 것을 규탄하면서 동 조합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동 조합 사무소를 향하여 ‘확성기 등을 사용하여 큰 음량으로 일방적인 온갖 욕설을 퍼붓고 직원의 손목이나 팔을 붙잡기도 하고 책상 위의자료를 집어던지는 등의 실력행사에’ 나아갔다.”3 나아가 재특회 등은 조선학교에 대하여 한 위와 같은 시위활동의 녹화영상을 인터넷 상에 공개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해 교토 조선학교 측은 이것이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법인의 인격권에 근거하여 그와 같은 행동의 금지를 청구하였다. 당해 민사사건에 대하여 교토지방법원은 ‘어느 것이나 다 상스럽고 모멸적이나, 그뿐만 아니라 재일조선인이 일본사회에 있어 일본인이나 다른 외국인과 평등한 입장에서 생활하는 것을 방해하려고 하는 발언이며,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리하여 교토지방법원은, 이와 같은 언동은 ‘재일조선인이라는 민족적 출신에 기반한 배제이고, 재일조선인의 평등한 입장에서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향유를 방해할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전체로서 인종차별철폐협약 제1조 제1항 소정의 인종차별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 건 시위활동은 민법제709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동시에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위법성을 띤다고 설명했다.4 일본의 교토 조선학교 판결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 혹은 혐오범죄처벌규정이 없는 일본의 사법부가 이미 존재하는 민·형사법 규정을 들어 1억 원 이상이라는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나아가 혐오를 표현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법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것이다. 또 인종차별철폐협약 규정상의 인종차별행위임을 확인하여 사인의 표현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실제로 이 판결 이후로 일본에서는 학계와 시민 사회를 불문하고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에 대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혐오 표현이 문제가 된 유사한 사건에서 또 다시 표현행위자 측에 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판결이 가져온 효과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 판결 후 지난 2014년에 일본의 법학자, 변호사,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구성의 저자들이 모여, 현 시점에서 일본 내의 혐오표현 관련 문제점, 논의의 양상과 법적논점, 제시 가능한 대안에 대해 쓴 책이 출간되었다(金尙均(김상균)編, ヘイト·スピ-チの法的硏究, 法律文化社, 2014). 공저자의 한 명인 시즈오카 대학교 인문사회과학부 법학과의 고타니 준코(小谷順子) 교수는 혐오표현과 관련하여 현재 일본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으로서 해당 책의 제5장과 제6장을 집필하였다. 그 중 제5장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서는 헌법학자인 저자가 혐오표현 규제에 대하여 헌법적시각은 물론 형사법, 민사법, 인권법적 관점에서의 규제방법을 소개하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고 있다. 비록 여러 저자의 글을 엮은 단행본의 한 장(章)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법 구조 하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중요한 논점을 매우 잘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본 번역문이 지금 일본에서의 표현의 자유 논의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나아가 우리나라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혐오표현 논의에 미약하나마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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