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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후보
정념에 대한 라파이예트 부인의 모랄리스트적 성찰
La Reflexion moralisatrice de Mme de Lafayette sur la passion humaine
김택모 ( Taek Mo Kim )
프랑스 문화연구 20권 305-338(34pages)
UCI I410-ECN-0102-2016-920-000169979

라파이예트 부인이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사랑은 화려한 궁정 생활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향락적이지 않다. 17세기의 궁정생활과 개인의 사랑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는 그녀의 소설들을 이끄는 중심은 자애심이며, 이 자애심은 소설 속에서 영혼의 안식을 추구하려는 정신적인 갈망과 그럼에도 시대상황의 잣대에 따르는 현세적 행복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대표작인 ..클레브 공작부인..이 프랑스 심리소설의 효시요, 백미로 인정을 받는 까닭은 작품이 시대의 풍속을 그려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사랑이 내포하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인 구원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비롯되는 주인공의 고통과 그로 인한 갈등은, 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구상 속에서 연애감정의 묘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사상이었던 염세적 인간관을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사랑을 통해 드러나는 정념을 인간의 본성과 결부시킴으로서, 여주인공은 어두운 심연속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이는 파스칼이나 라 로슈푸코가 보여주는 비극적 인간관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묘사하면서 작가는 사랑 자체를 문제 삼고 있기에, 그녀의 작품속에서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인간들은 자신의 욕망 앞에서 대항할 힘을 갖추지 못한 나약하고 비참한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라파이예트 부인은 기독교 옹호론적 관점에서 사상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낸 당대의 모랄리스트들과는 구별된다. 그녀의 인간성 탐구는 종교적 맥락에서의 구원문제를 다루면서도 문학적 투영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농축된 아름다움으로 작품화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대표작 ..클레브 공작부인..을 통해 나타나는 작가의 모랄리스트적 성찰을 주로 인간의 사랑에 초점을 두어 회화적 서술, 즉 소설적 특성과 결부시키면서, 당대의 모랄리스트들, 특히 파스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클레브 공작부인..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는 궁정과 거의 “사막”으로 묘사되는 시골 쿨로미에 Coulommiers는 작가의 그러한 갈등의 축으로서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욕망과 안식에의 의지를 공간화하는 이두 축은 주인공의 갈등을 통해 인간 본성의 근원적인 양면성을 표출하기에 이른다. 궁정은 더 이상 소설의 구성요소로서의 장식적인 배경이 아니라 파스칼이 예리하게 파헤쳐 드러내는 속세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인간비극의 근원지이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 즉 “외형”(paraitre)의 법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인간의 노예적 본성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이영원한 무대에서 벗어나야 함을 작가는 클레브 공작부인의 어머니를 통해서 끊임없이 자각시키고 있다. 그녀는 딸에게 겉모습의 위선을 끊임없이 경계시키고, 어머니의 충고에 따라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딸은 수시로 시골집에 기꺼이 은둔한다. 그러나 인간본성의 표리는 이렇게 단순한 공간이동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은둔처에서조차 주인공의 의식은 자기내면 깊숙이 침잠하게 되면서 점차 진정한 자유는 사회적 구속에서의 해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명철한 의식은 지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으로 전개되어, 궁극적으로 인간의 의식조차도 존재의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즉 인간 조건의 불완전함을 깨닫고야마는 막다른 길에 이르고 만다.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스스로 고립되어 절대고독에 빠진다는 것은 진정한 안식이 아님을, 또한 이제는 느무르 공에 대한 사랑조차도 그녀에게는 굴레가 될 뿐이다. 이와 같은 작가의 사랑에 대한 비극적 자기성찰은 결국 파스칼과 라 로슈푸코와 맥을 같이 하는 장세니스트적 사상의 문학적 전개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여주인공의 수도원 은둔으로 소설의 끝을 맺는 것은 단순한 줄거리상의 귀결이 아니라, 인간의 구원문제가 결부된 자기성찰의 필연적 귀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신학적인 관점에서 이 ‘은둔’의 의미를 분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도덕적 성찰의 시각으로 신이 없는 인간의 비참함을 문학적 전개를 통해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고, 작가가 동시대의 포르-루와얄리스트들의 사상에 동조하고 있었음을 전제할 때에 우리는 그 신이 파스칼이 표현하는 ‘숨은 신’일 것으로 간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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