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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후보
프랑스 문화 : 질 들뢰즈의 후기 프루스트론 연구 -“미-되기“를 중심으로-
La Culture francaise : Autour du concept dudevenir-araignee: post-pensees deleuziennes sur Proust
민진영 ( Jin Young Min )
DOI 10.15692/KJFL.12.3.6
UCI I410-ECN-0102-2016-920-000551986

본 연구의 목적은 ‘거미-되기(devenir-araignee)’라는 개념을 통해 들뢰즈의 후기 프루스트론을 비판적으로 구성해보는 것이다. 거미-되기는 들뢰즈의 프루스트론이 ‘기호’에서 ‘기계’로, ‘기계’에서 ‘-되기’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다. 이 연구를 통해서 본 지원자는 들뢰즈의 여러 후기 저서들에 산재해 있는 프루스트론을 지속과 확장의 관점으로 재구성하고, 미완의 텍스트로 남아있는 『프루스트와 기호들』의 후속내용을 구체화했다. 질 들뢰즈는 『프루스트와 기호들』의 세 번째 개정판이 출판된 1974년 이후에도 다른 여러 저서들을 통해 프루스트론을 피력하지만 이 저작을 추가로 개정하지 않는다. 이 저작의 결론에 해당하는 『광기의 현존과 기능, 거미』는 많은 의미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 결론을 다른 여러 후기 저서들에서 언급된 프루스트론에 대한 글들과 비교해보면, 이 짧은 글은 『프루스트와 기호들』의 제3부로 별도로 구성되어도 충분할 정도로 풍성하다. ‘거미-되기’ 개념을 통하여 작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넓게 펼쳐진 그물망에서 사랑과 광기의 기호들을 감지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작가 프루스트는 단지과거의 기억의 복원에 집착하는 과거지향성의 작가인 것이 아니라 사랑과 광기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성의 작가로 재탄생할 수 있다. 들뢰즈의 후기 저작들, 즉 그의 철학이 사회학, 언어학, 영화, 미술, 음악 등에 대한 미학으로 확장되어 있는 저작들에서는 프루스트가 곳곳에서 자주 언급된다. 그의 초기 프루스트론인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 펼쳤던 ‘기호’와 ‘문학기계’ 중심의 문학론이 후기 저작들에서는 광기와 사랑을 문제삼는 ‘-되기’ 중심의 문학론으로 바뀐다. 이 변화의 계기들 중심에 ‘거미-되기’가 있다. 거미-되기를 뒷받침해주는 논의들은 ‘분자-되기’, ‘리토르넬로’, ‘비밀’, ‘문화적 의미의 건강’이라는 개념들을 통해 증명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이하 『찾기』)의 화자는 분자적인 거미로 작품 곳곳에 존재한다. 거미는 거미줄 꼭대기에 올라앉아서, 강도 높은 파장을 타고 그의 몸에 전해지는 미소한 진동을 감지할 뿐이다. 이 미소한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거미는 정확히 필요한 장소를 향해 덤벼든다. 화자는 눈도 코도 없고 입도 없이 진동을 감지하는 거미이다. 이 거미는 오직 기호에 대해서만 응답하기에 기호들은 진동으로 거미의 신체를 관통하고 그로 하여금 먹이에게로 덤벼들게 만든다. 『찾기』는 거대한 거미줄이고 화자는 거미가 된다. 이 작품의 화자는 거미-되기를 하여 『찾기』라는 거대한 거미줄에서 먹이를 기다린다. 그리고 거미줄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줄들은 기호들이 건드려 줄 때 진동한다. 작품속 화자는 거미-되기를 하면서 때로는 스파이이고, 경찰이며, 질투에 빠진 연인이고 해석자이며, 광증에 사로잡힌 미친 사람의 삶을 경험한다. 그의 촘촘한 거미줄 중 하나의 거미줄은 편집증 환자인 샤를뤼스 쪽으로 뻗고, 또 다른 줄은 변태적인 색정에 휩싸인 알베르틴쪽으로 뻗친다.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을 광기의 파토스의 원천으로 만들면서 프루스트는 광기의 드로잉을 그린다. 즉, 광기의 배치, 용법, 기능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들뢰즈는 프루스트가 거미가 먹이를 포획하는 방법에 따르고 있음을 발견해내고 있다. 시각도 청각도 없는 거미가 단지 거미줄의 진동에 따라 먹이가 거미줄에 걸려든 것을 알게 되고, 먹이의 정확한 위치를 간파해내는 것처럼, 프루스트는 거미가 되어 『찾기』라는 넓게 펼쳐진 거미줄에서 이런저런 기호들을 진동으로 포착해간다. 따라서 프루스트의 거미-되기는『찾기』속의 광기를 꿰뚫는 코드가 된다. 거미-되기는 프루스트가 ‘속도(vitesse)’와 ‘비밀(secret)’이 사랑의 중요한 성립조건임을 포착하는 데에도 유효한 개념이다. 누구든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에게 미칠듯이 집착하기 마련인데 프루스트는 이러한 광기어린 사랑을 성공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들뢰즈에 의하면 프루스트의 사랑 묘사가 성공한 이유는 사랑의 달콤함과 행복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속도’와 ‘비밀’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탁월했기 때문이다. 스완과 오데트의 테마음악인 뱅퇴이유 소악절은 『찾기』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소악절은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인물이나 풍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소악절을 전혀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들은 사소한 인물의 등장과 약간 변화한 풍경에 불과하지만 이런 미세한 요소들이 음악에 다른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때 거미-되기를 한 화자가 포착한 미세한 요소들은 음악을 다르게 포착하게 해주는 분자적 요소들이며, 음악의 분자적 생성이 차이나는 반복을 이끌어낸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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