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학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기억과 망각은 지로두의 『지그프리트로』부터 『38번째의 암피트리온』, 『옹딘』, 『유딧』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을 이룬다. 이 모티프들은 그의 연극의 극행동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텍스트에 깊이를부여하며 지로두의 사유의 단편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요소이다.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지로두의 연극에서는 대체로 기억보다 망각에 중심을 둔 글쓰기를 주목할 수 있는데, 망각은 절대자와 인간, 인간 대 인간, 남자와 여자, 가해자와 피해자, 과거와 현재의 화해와 조화에 대한 그의 바람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로두가 그리는 망각이 단순하게 기억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앞자리를 내준 과거로서의 긍정성을 띠는 독특한 개념이다. 특히, 지로두의 첫 번째 연극인 『지그프리트』는 기억과 함께 정체성을 상실한 주인공의 기억 회복에 초점을 둔 연극으로서, 애인의 실종의 시점으로부터 삶을 멈추어버린 주느비에브가 과거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치유되고, 포레스티에를 지그프리트로 인정함으로써 지그프리트가 포레스티에와 하나의 존재로 융합되는 정체성의 회복이 가능해지는 연극이다. 지로두는 ‘기억을 위한 망각’, ‘치유를 위한 기억’을 우리에게 말하기 위해 연극에 역사의 무게를 싣고 있을 뿐 아니라, 신화의 이야기, 연극의 환상성, 광경의 재미, 이 모든 것 역시잊지 않는다. 결국 지로두는 그의 연극에서 망각과 기억의 모티프를 통해 현재에 방점을 두고,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룰 때 미래가 열릴 수 있음과 동시에, 망각이 치유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Memory and amnesia, which are hot topics of 21st century literature, form the key ideas when one attempts to understand the works of Giraudoux - from his work Siegfried to Amphitryon 38, Ondine and Judith. Not only do these motifs have an influence on how his plays are performed, they are the elements that reveal a slice of Giraudoux``s thought life and his worldview. Giraudoux``s plays, which are the objects of this study, mostly deal with amnesia rather than memory. The amnesia motif expresses his wishes for reconciliation and harmony between Supreme Being and man, man and man, man and woman, opressor and victim, and the past and the present. But the amnesia Giraudoux portrays does not just signify the loss of one``s memory, but a positive and unique idea of a past that has yielded its importance to the present. Especially, in Giraudoux``s first play Siegfried, the protagonist has had a memory loss and has forgotten who he is. The play focuses on the process of recovering his memory. His ex-girlfriend Genevieve, who has come to a dead end in her life the moment her boyfriend disappeared, eventually takes off the weight of her past and gets healed. She acknowledges Forestier as Siegfried, Siegfried ‘merges’ with Forestier and regains his lost identity. Not only does Giraudoux emphasize history in his plays in order to convey to us the idea of ‘amnesia for remembering’ and ‘remembering for healing’, he never forgets to include mythology, fantasy in playmaking, and the joy of great scenes. In short, Giraudoux focuses on the motifs of amnesia and memory in his plays, and shows a paradox where the future can unfold and amnesia can be healed only when there is harmony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