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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만주의 우울 - 백석의 후기 시편에 나타난 시적 자의식
The Melancholy of Manchuria - The poetic Self-Consciousness of Baek Suk`s Late Poetry.
강동호 ( Kang Dong Ho )
한국언어문화 62권 39-66(28pages)
UCI I410-ECN-0102-2018-700-000369573

본 논문은 백석의 후기 시편, 특히 만주 거주 시기의 시편들을 분석함으로써 백석 시에 나타난 우울과 알레고리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주지하듯, 백석은 만주의 신경으로 이주하면서 적지 않은 시적 변화를 선보였다. 전기 백석 시편들이 목가적이고 풍속적인 향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상적 공동체 대한 이미지들을 재현해내려 했던 반면, 후기 시편들은 상대적으로 비극적 세계 인식을 전면화 시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극성은 만주 거주 시기 동안 시인이 실제로 겪었던 생활상의 어려움 등의 전기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백석의 후기 시편들은 단순히 스스로의 현실적 삶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우울이라는 정서와 알레고리적 기법에 의거하여 새로운 내면 세계를 창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특히 백석 시의 멜랑콜리적 속성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일종의 시간적 `전도`를 가능하게 하는 선험적 매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백석의 슬픔에서 발견되는 향수(鄕愁)를 낭만주의적 퇴행으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백석의 시편들에서 전제되고 있는 선험적 상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오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자각하고 있는 상실의 슬픔은 초월적(transcendent) 존재로부터 수동적으로 부여받은, 어떤 초시간적 인과론의 결과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주체에 의해 능동적으로 좌표 설정된 초월론적(transcendental) 계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것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계가 완전하게 소멸되 어버렸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 전략을 통해 비로소 주체는 허무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통로, 즉 시간적 역전의 계기를 발견한다. 즉, 주체는 세계를 상실하였기 때문에 우울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을 노래함으로써 세계를 상실하고, 나아가 이 상실의 노래로 인해 음각화된 세계를 자신의 내면으로 투영할 여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단 한 번도 소유해 본적이 없는 `그것`의 상실을 연기(演技)하는 우울증자는 `그것`의 회복을 끝없이 연기(延期)함으로써,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상실된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의 부재라는 사실을 적시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세계는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상실된 것`으로, 재현할 수 없는 것이 `재현불가능한 것`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알레고리적 형상`으로 표현되기에 이른다. 백석의 후기 시편들에서 나타나는 알레고리적 형상들은 구심점의 부재 속에서 맺어지는 이질적인 것들의 반향 관계를 드러내며, 초월적/이상적 총체성을 더 이상 재현할 수 없다는 파탄적 근대 인식을 암시한다. 더 이상 `기호=신성한 의미`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못한 기호적 난맥의 세계에서 전경화되는 것은 기호들 간의 파편적인 관계망이다. 시 속의 이미지들 시적 화자가 겨냥하는 총체성의 세계와 등가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그저 언어와 언어들의 끝없는 파상적(波狀的) 움직임으로 부각될 뿐이다. 이와 같은 백석의 알레고리적 기호들을 분석하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원형적 세계관과 향토성을 표현하는 소재로 이해되어 온백석 시의 방언과 무속적 소재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파악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his article aims to study Baek Suk`s Manchurian poetry by focusing on melancholy and allegory. Dramatical change of Baek Suk`s poetry could be related to his experience of Shin Kyung and might be demonstrated in terms of distinctive self-consciousness, especially the mode of melancholy and allegory. The main reason that this article takes notice on melancholy is the reversal mechanism of it. In short, the grief of melancholiac is not a result of real loss but an imaginative strategy to recover and obsess the object in the form of fantasy. In melancholy, subject can maintain legitimacy of his world by aestheticization of his inner world and use allegorical figure to allude modernity as the form of ruin. In Baek Suk`s late works, it is possible to discover several evidences of melancholic symptoms so that it is important to analyze them as a fundamental instance for illuminating his perspective on modernity.

1. 백석의 만주행과 시적 자의식
2. 상실된 전망, 우울증적 전회
3. 체념의 원리와 자기애의 감각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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