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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사설시조의 여성민요 수용과 장르적 변주
The Assimilation of Women’s Folk Songs into Saseolsijo and Genre Variation
박지애 ( Park Ji-ae )
배달말 61권 275-297(23pages)
UCI I410-ECN-0102-2018-700-003743484

본고에서는 여성민요를 선행 텍스트로 하여 재창작된 사설시조를 살펴봄으로써 동일한 소재의 장르적 변주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사설시조의 장르적 특징과 함께 그 문화적 가치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먼저 선행 텍스트인 여성민요와 구별되는 사설시조의 구성 방식 및 문학적 형상화의 양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설시조에는 서술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민요에는 서사적 텍스트 내부에 1인칭 서술자가 나타나지만 사설시조는 3인칭 인물들 간의 대화와 행위만으로 사설이 구성된다. 1인칭 서술자가 사라지고 인물의 목소리만 들리게 되면 이야기주체의 개입이 최대한 억제되고 서사적 사건을 객관화시키면서 연행자와 청중은 인물에 대해 감정적 거리감을 갖게 된다. 둘째, 사설시조는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사건이 재현된다. 대화를 통한 재현, 즉 ‘보여주기’는 텍스트 속 행위에 서술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즉 서술자의 논평과 해석이 제거됨으로써 청중(수용자)은 대화와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셋째, 사설시조에서는 인물의 욕망이나 감정이 표출되지 않는다. 구술문화권에서 연행되는 문학 양식은 연행자와 청중의 관여를 통해 그들의 욕망이 표출되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공통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모델을 찾아간다. 그러나 사설시조에는 인물의 감정과 욕망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시집식구들과의 갈등 및 화자의 고통은 통속적으로 변주되고 감추어진다. 넷째, 사설시조에서는 서사적 갈등이 봉합되고 자아와 세계의 합일을 통한 미적 정서가 형성된다. 중장까지 세계와 자아가 대립과 갈등의 관계에 놓여있었다면 종장에서는 갈등의 관계에 놓여있던 세계가 자신의 감정과 가치관에 근거해 상상 속에서나마 극복 된다. 그렇다면 사설시조의 담당층은 왜 여성민요에 주목하였을까? 사설시조는 당시 유행하던 고전소설과 판소리, 한시 등 다양한 문학 양식을 선행 텍스트로 수용하고 상호 교섭하여 사설시조의 미감에 맞게 변용하여 재창작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설시조의 장르성은 여러 문학 양식의 중층적 관여 및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설시조는 선행 텍스트를 번역하거나 요약하기도 하고 일부분을 차용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사설시조가 장르 향유의 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사설시조의 담당층은 소재적 차원의 다양성과 표현적 차원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소재와 참신한 표현에 대한 요구는 여성민요에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미 모심기소리 등 민요를 선행 텍스트로 한 사설시조가 창작되고 있었기에 여성민요 또한 수용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기층 여성들 사이에서 폐쇄적으로 향유되던 여성민요는 사건과 갈등 위주로 사설이 구성되어 있는 서사민요였다. 시집식구들과 며느리의 갈등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갈등이므로 서사적 차원의 흥미를 느끼기에 적합한 소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사설시조 연행과의 상호작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즉 가부장제 질서 하의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서사민요의 연행맥락과 향락적인 사설시조의 향유환경과는 구별된다. 유흥적인 환경에서 연행되는 사설시조의 수용층은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에는 무관심했을 것이며, 이러한 연행환경은 결국 사설의 통속적이고 선정적인 변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제 질서 하의 며느리의 목소리가 왜곡되고 통속적으로 재현되었다고 해서 여성민요를 수용한 사설시조의 문화적 가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사설시조는 경계의 장르로서 여러 문학 양식과 소통하면서 향유의 장을 확대해나갔고, 향유의 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여성민요까지 수용한 것은 사설시조의 개방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This paper examines how the text of the saseolsijo genre changes after assimilating women’s folk songs, and investigates the cultural meaning of the saseolsijo. Saseolsijo and women’s folk songs are two different genres in terms of classes and forms of enjoyment. The saseolsijo was mainly enjoyed for the practice of the art itself, whereas women’s folk songs were mostly practiced by lower class women and peer groups as labour songs. By examining the process by which a cultural basis assimilated a different genre and changed to adapt to the aesthetic of the saseolsijo, this study can contribute to shed light on the literary characteristics of the saseolsijo. It is the fundamental openness of the saseolsijo that allowed its assimilation of women’s folk songs. The saseolsijo was created by assimilation of various literary genres that were then popular, such as the pansori and classical novels. Among the sijipsari songs, the saseolsijo assimilated the type of < The Daughter-in-law Who Broke the Yangdong-gama >. This folk song, while revealing the feelings and desires of the speaker, adopts a narrative style centred on ‘telling’ a story through the first-person narration. On the other hand, the saseolsijo involves a narrative style centred on ‘showing’ the story as it recreates the events in the form of dialogues between the characters. If the expression of the pain of life is the core theme of folk songs, in the saseolsijo the thematics changed towards emphasizing popular themes. Once the women’s folk songs genre and its close connection with the text as well as the community enjoying the songs, were assimilated into the saseolsijo, the saseolsijo broke with the practice context of women’s folk songs and gained popular appeal by intensifying common themes and vulgarity.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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