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9.118.99
18.119.118.99
close menu
KCI 등재
장 파울의 소설 『거인』에 나타난 자연
Landschaft und Natur in Jean Pauls Roman 『Titan』
전창배 ( Jeon Chang-Bae )
괴테연구 30권 83-103(21pages)
UCI I410-ECN-0102-2018-800-003757807

장 파울은 그의 창작미학이 담긴 『미학입문』에서 문학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문학예술은 유한한 현실 너머에 영원한 제국을 꽃피운다. 마치 화재에 휩싸인 듯 현실이 혼돈과 무질서로 가득하지만, 그 위로는 한 성스러운 영이 군림하고 있음을 문학은 상기시킨다.” 장 파울은 마치 제한된 현실세계에서 무한하고 영원한 것을 찾아 나선 구도자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유한한 세계 속에서 무한한 세계를 문학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전력했던 장 파울의 창작적 특징은 독일 교양소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그의 소설 『거인』을 관통하고 있다. 주인공 알바노는 자연 속에 영원하며 신성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 확신은 오로지 정신과 영혼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즉 영원과 무한을 향한 열망과 동경과 감정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확신을 객관화된 자연과 현실에서 발견하려 노력하며, 나아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초월하려는 열망과 동경이 충족될 가능성에 대해 모색하는 것, 바로 여기에 장 파울의 문학이 깊이 뿌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뿌리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바로 자연과 자연 풍경이다. 소설 『거인』 전체를 통해 나타난 자연은 초월적 세계의 영원성과 신성한 의미를 담고 있는 알레고리로 묘사되고 있다. 특히 주인공 알바노가 받는 교육을 규칙과 절제로 상징되던 당시의 프랑스식 정원예술에 비유하며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알바노가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자연은 광대하고 무한하며 심지어 신비함까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하여 영원과 자유를 동경하던 그의 내면의 영혼이 원대하고 태초적인 자연풍경을 만나는 순간, 알바노는 자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무한하고 영원한 세계를 유한한 자연이라는 현실 속에서 경험하고 있음을 확신하며 감격한다. 이처럼 장 파울에게 있어서 자연은 유한성과 한계성을 극복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장 파울은 주인공 알바노가 자연과 교감의 장면에서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성Innerlichkeit’을 언급하고 있다. 외부의 자연으로부터 주인공 알바노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무한과 영원에 대한 갈망과 동경을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면의 염원이 외부의 현실세계에 객관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 장 파울은 침묵하고 있다. 아마도 장 파울은 현실은 이상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인식하에 이상에 안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장 파울은 이상이라는 거울에 비춰 현실을 예리한 관찰과 번뜩이는 기지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보다 이상에 뿌리하고 있는 그의 문학세계를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의 결미에서 보이는 이상으로보터 우러나온, 세상과 자연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은 그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라 하겠다.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