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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오정희 소설에 나타난 ‘걷기’의 의미
The Meanings of 'Walking' Shown in the Novels by Oh, Jung-Hee
강유정 ( Kang Yu-jung )
배달말 62권 139-163(25pages)
UCI I410-ECN-0102-2018-700-003743575

오정희의 소설은 존재의 심연, 삶에 내재한 갈등과 모순, 욕망과 안정의 이분법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문장과 심오한 세계관이 담긴 오정희의 작품들은 지속적 연구와 평론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오정희의 소설은 내면적인 인물의 일상을 통해 삶의 비의와 아이러니,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생의이면을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오정희 소설의 철학적 깊이와 내면적 사유는 오정희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차별성을 간과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 와서 여성 인물에 주목하고, 여성성의 지표를 다시 보는 여성학적 독법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여성학적 연구와 기존의 존재론적 연구가 분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존재론적 결핍, 존재론적 심연과 같은 언어들로 희석되며 그 차별성을 잃고 만다. 성차에서 비롯되는 첨예한 갈등과 문제의식이 인간으로서의 본원적 갈등으로 중화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오정희의 소설에 유독 걷는 여성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걷기는 단순히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귀환의 통로로 여겨지곤 했지만 오정희의 소설 안에서 ‘걷기’의 의미는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하다. 여성의 삶이 처한 곤궁과 어려움, 한계, 사회적 억압이 드러나는 것은 걷는 동안, 길 위에서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오정희 소설의 걷는 여성을 추적하고, 그 의미를 구분하고 해석함으로써 오정희 소설의 걷기의 의미와 상징성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남성에게 있어 걷기는 성장의 배경이며 자아 정체성을 찾는 육체적 고행내지는 수련 과정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길 위의 여성은 가부장제를 거역하거나 혹은 가부장제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여성으로 취급받는다. 「순례자의 노래」의 인물 혜자는 망가진 삶을 복구하기 위해 길에 나서지만 걷는 동안 그녀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다. 가벼운 산책을 떠나는 여자에게는 돌아올 집이 있지만 그 보다 멀리 걸어 나가거나, 이미 집을 벗어났던 여자에게 귀환은 허락되지 않는다. 집은 세상이 정한 규율 즉 가부장적 질서를 따르는 여성에게만 허용된 공간이다. 이는 자신의 존재론적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거듭 길로 나서는 여자 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바람의 넋」의 은수는 전쟁고아로, 어딘가 자신의 중요한 부분이 결락되어 있음을 호소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상실을 회복하고 애도하기 위해 거듭 길을 나서지만 남편에게 그것은 거역이며 길 위의 남자들에게는 빌미일 뿐이다. 추방과 폭력으로 돌아 온 은수의 걷기는 길 위의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폭력과 오해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만약 가정을 가진,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에게 허락된 걷기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를 재우고 난 이후, 동네 주변을 도는 가벼운 산책이거나 아버지가 잠든 후 집 앞을 잠시 도는 정도의 산보에 불과하다. 「전갈」의 여자는 남편처럼 아프리카의 밀림을 꿈꾸지만 아내이자 엄마로서 그녀에게 허용된 것은 산책뿐이다. 「새벽별」의 정애가 하루 밤의 일탈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듯한 공포를 느끼고 인생이 모두 끝나버린 여자라는 주변의 평을 듣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오정희 소설에 있어서 많은 여성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걷는다. 목적지를 두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방황하며 거리를 헤맨다. 이 걷기는 단순한 서사적 관습이 아니라 오정희 소설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상징이다. 여성 인물이 길 위를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결말의 징후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적인 것은 이 헤맴이 자아의 성찰이나 회복, 정체성의 확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폭력과 추방의 원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여성의 길 나섦, 걷기가 여로형 서사와 다르게 추방과 낙오의 결말로 이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오정희 소설에 있어서 ‘걷기’는 여성으로서의 한계와 가부장제의 억압, 여성으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문학적 상징이자 행위이다.

The novels by Oh, Jung-Hee have been recognized as the excellent literary imagery showing the dichotomy of an abyss of beings and conflict/contradiction, and desire and stability. One thing we should pay attention to is that almost every work by Oh, Jung-Hee repetitively shows 'walking women' besides 'family'. The motif of 'walking' repetitively shown in the novels by Oh, Jung-Hee is not a simple repetitive act, but an act revealing the gender difference and an ontological act showing all the meaning, limitation, and restriction of lives as women. Making them come back home after going out is not important. It would be necessary to have questions such as what makes them go out, what makes them come back, and why the act of 'walking' for women should be named 'taking a walk' or 'going out' that always has destinations. The repetitive motif means that it contains the narrative symbolism. When walking on the street which is not allowed to women instead of house allowed to women, the reality of female characters in the novels by Oh, Jung-Hee could be more solidly viewed. Therefore, this paper aims to analyze/understand the meanings of 'walking' for women shown in the novels by Oh, Jung-Hee, by analyzing the walking always shown in the novels by Oh, Jung-Hee to examine the parts that have not been revealed in the novels by Oh, Jung-Hee, and also recomposing the imagery process of gender differentiation as women.

1. 머리말: 오정희 소설의 집과 길
2. 일상적 자아의 회복을 위한 걷기 - 「순례자의 노래」
3. 우울증적 주체의 애도로서의 걷기 - 「바람의 넋」
4. 허용된 궤도의 공전 - 산책
5. 맺음말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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