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공자와 계로의 유명한 문답 이후, 유가는 흔히 귀신이나 사후에 대한 물음을 유보한 채 현세적인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현실주의자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주자는 죽음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였으며 실제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주자는 이 죽음을 어떻게 해명하였는가? 또 그는 자신이 해명한 그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였는가?
근년, 전통적인 동양의 죽음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리 전통사상의 중핵이라 할 수 있는 유가적 죽음관도 중요한 연구 테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죽음이 문화적 토양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하며 그 이해 방식에 따라 삶의 유의미성이 달라진다면 우리의 문화적인 토양에 적합한 새로운 죽음관의 모색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적 조류와 달리 주자의 죽음관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물론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죽음과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논제인 귀신론이 주자 사상의 중심 테마로 자리 매김하면서 죽음이 귀신론 속에 포섭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죽음관, 즉 유의미한 죽음관을 모색하고자 하는 현 연구 동향에 비추어 볼 때, 귀신론과 죽음관은 구분되어야 할 두 개의 테제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은 주로 주자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리理·기氣·성性·명命 등을 중심으로 그의 죽음관 및 죽음에 대한 태도를 재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주자 사상이 동아시아 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동시에 동아시아인의 죽음관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뿐 아니라, 주자 사상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먼저 그의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리기론을 중심으로 그가 죽음을 어떻게 규정하였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가 그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그의 명命 개념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After the well-known questioning and answering of Gongja(孔子) and Gyero(季路), confucianism has been considered as realism which is full of realities, putting off the questions about the death. But contrasted to the general consensus, Juja(朱子) has considered the explanation of death as an important task and tried to explain it with enthusiasm. How then did he explain death? And how did he deal with his death?
This writing is to analyze his view about death on the basis of Li(理), Ki(氣), Sung(性), Myong(命), his main concepts, and to re-interpret and modernize his view about death.